"수출입과 해외이주,해외여행의 감춰진 뒷면을 보라"

국세청이 18일 밝힌 외화유출 주요 사례를 보면 대부분 정상적인 국제거래로 위장했거나 자녀 유학비 등 통상적인 송금을 가장한 경우가 많다.

자금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복잡한 자본거래를 한 경우도 물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벌은 없지만 중견기업인은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외환거래 전면 자유화를 불과 2주 앞두고 시행하는 것이어서 외화유출을 봉쇄하겠다는 국세청의 의지가 엿보인다.

◆국내기업 부실화,유출외화=X기업 대표 최모씨는 1천2백만달러를 투자,해외에 종업원 1천명의 제조·판매법인을 운영해왔다.

최씨는 지난해 3월 X사를 고의 부도내 폐업시켰다.

그뒤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경영·관리를 명목으로 연간 20여차례를 오가며 달러를 유출·은닉한 혐의가 포착됐다.

또 부도는 냈지만 국내의 은닉재산으로 전 직원을 내세워 법인 2곳을 다시 설립하고 기존의 거래처도 그대로 흡수해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

정상가동중인 해외 법인은 사실상 최씨가 국내에서 빼돌린 재산으로 세운 개인소유 회사라는 게 국세청의 분석이다.

그는 또 위장이혼한 아내에게 이혼전 최고급 주택 등 고액의 자산을 이전,빼돌렸다.

물론 이 주택에서 그는 전 가족과 실제로 함께 살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국내의 신설 회사가 전세를 낸 종업원 아파트에 최씨의 주민등록이 등재돼 있다.

◆수출환어음(DA) 미회수 수법=Y업체의 경우 A국의 현지법인에서 상품을 수입,C국의 해외 자회사에 DA 방식으로 수출하는 중계무역을 해왔다.

이 회사는 수출금융을 일으켜 수입대금은 정상 결제하고 수출대금 1억3천1백만달러는 회수하지 않아 기업을 부실화시키면서 외화를 유출했다.

사주는 D국 국적이 있고 가족 모두 D국에 거주하면서 해외 현지법인의 대표이사로도 있었다.

◆벤처기업인도 외화유출=1억원의 자금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벤처기업을 창업한 김모씨는 코스닥 활황에 편승,지난해 이후 장외주식거래로 80억원을 벌었다.

그는 양도소득세를 탈루하고 2명의 자녀 등 가족 3명과 함께 위장 해외이주 신고를 했다.

해외이주비로 1백50만달러를 불법 유출한 김씨는 해외에서 이 돈을 썼다.

국내에서도 골프 헬스 콘도회원권을 몇개씩이나 갖고 있었다.

◆조세피난처 이용=Z사는 조세피난처인 파나마에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외에 유출 은닉중이던 1천5백만달러를 외국인 투자로 가장해 들여왔다.

적자상태인 국내 계열사에 유상증자로 참여한 것이다.

1년후 계열사의 재무상태는 더욱 악화됐지만 이 회사는 페이퍼 컴퍼니가 갖고 있는 자사주식을 비정상적인 높은 가격에 계속 사들였다.

전체 매입금액은 2천6백만달러.

이 돈은 제3국의 계좌로 흘러들어갔다.

이 거래로 Z사가 입은 손실은 2백억원.이밖에 해외수수료의 40%를 국내로 송금받아 이중 3분의 1만 신고하고 나머지는 제3국의 본인 및 종업원 명의 계좌에 입금토록 한 경우도 있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