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통신업체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모두 비동기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국산 동기식 기술이 사장위기에 놓였다.

국내 업체들의 동기식 IMT-2000 기술은 기존 2세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방식 상용화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업권 선정과정에서 결국 서비스 사업자들의 외면을 받아 사실상 고사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당초 국산 동기식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보통신부의 의지도 이젠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정통부는 내년 2월까지 동기식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탈락 사업자들이 선뜻 나설지 불투명하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재도전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심사에서 과락점수를 받아 ''자격없음''이 검증된 상태다.

◆ 동기식 사업자에 줄 인센티브는 =정통부로서도 이번 사업권 결과는 당혹스럽다.

정통부는 동기식 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 이번 사업권에서 탈락한 사업자에 여러가지 혜택을 검토중이다.

가령 내년초 동기식 사업권에 재도전할 경우 출연금(1조~1조3천억원)을 면제해 주거나 서비스 일정에서 비동기 사업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정통부는 조만간 LG 등 탈락 사업자 대표를 불러 협의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동기식 서비스를 맨 먼저 주창했던 LG가 정통부의 ''미끼''를 받아들여 쉽게 동기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

◆ LG와 삼성의 행보가 변수 =업계에서는 결국 기술력과 서비스경험을 고루 갖춘 LG와 동기식 분야 최대 장비업체인 삼성전자의 행보에 국산 동기식 시장의 운명이 걸려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는 현재 이도저도 할수 없는 처지다.

그동안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키워 왔던 서비스를 완전히 접기는 아쉽고 그렇다고 승산이 안보이는 동기 사업에 선뜻 뛰어들기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게 LG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동기식 시장 전망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어 LG가 서비스를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통과 SK 등 지배적 사업자는 비동기식으로 선정된 상태에서 동기식 기술을 개발해 봤자 팔곳이 없어진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게을리해 왔던 비동기 기술개발을 적극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동기식 시장을 지키기 위해 직접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통신장비 시장 전망 =그동안 국내 통신장비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단말기의 경우 국산 점유율이 90% 이상이고 시스템도 70%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사업권 선정으로 비동기 사업이 절대적으로 우세해짐에 따라 국내 시장의 상당부분이 외국 장비업체들의 차지가 될 전망이다.

비동기 기술력에서는 에릭슨 노키아 등 선진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