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삼성물산 유통부문과 영국 테스코사가 합작, 삼성테스코가 설립됐다.

합작투자 비율은 테스코가 81%(2억2천3백50만달러)로 삼성보다 4배 가량 많았지만 최고경영자(CEO)직을 비롯 모든 경영을 삼성에 일임했다.

기존 삼성 인력의 전원을 고용 승계했으며 휴직자도 전원 복직시켰다.

합작 후 5년간은 이익 배당없이 삼성테스코에 이익금 전부를 재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대신 기존 경영방식에 대해서는 메스를 가했다.

80년 유통기업의 역사를 가진 테스코의 노하우를 적용, 업무 매뉴얼을 선진화시켰다.

본사의 정보기술(IT)을 전수, 내년부터 전자상거래(EC)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테스코의 경영 변신은 합작 8개월만에 국내 유통업계에서 평(坪)단위 매출효율 국내 1위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이 회사 홈플러스 대구점은 전 세계 테스코 매장중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도입, 최단기간내에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개방적 조달체제로 구매부문의 부조리를 없애는 대신 성과지향적 관리방식을 도입, 일하는 만큼 되돌려 준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쉘은 10만원 이상 선물을 받을 경우 서면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기존의 팀단위 평가를 바꿔 개인업적 평가를 통해 개인연봉을 결정하고 있다.

보워터한라제지의 경우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한 뒤 1년동안 가치 증가분의 일부를 임직원에게 현금으로 나눠 주는 특별성과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능력 위주의 인재 발탁도 과감히 이뤄진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지난 98년 인사제도에서 남녀간 성차별을 없앴다.

신입사원 위주의 채용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경력자를 채용하고 입사후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교육시키고 있다.

"철저한 성과위주의 기업문화와 탁월한 인재육성 시스템에 놀랐다.
파격적인 급여체계와 다양한 인재육성 프로그램도 국내 기업과는 전혀 딴판이다"(LG오티스 장병주 사장)

현장 중심의 관리체제를 도입, 기업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필드 마케팅이라는 현장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농약 제조업체 노바티스 아그로코리아가 단적인 예.

이 회사는 병충해 방제에 대한 지식이 없는 농민들에게 농약의 적절한 사용법을 교육,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현금수익 극대화와 성과지향적 관리방식도 특징.

지난해 외국인 지분이 50% 이상인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98년의 8.6%보다 4.1%포인트 증가한 12.7%에 달했다.

외국인 지분 50% 미만인 기업이 0.2%포인트가 줄어든 5.8%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시장점유율은 무의미하다는 경영원칙 덕분이다.

"외국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경쟁력을 높여 국내외 시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내느냐가 관건이다"(한상량 보워터한라제지 사장)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