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기극복의 해법을 얻기 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자문단 회의가 이틀간의 열띤 토론을 마치고 13일 폐막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열린 이번 회의에선 세계 경제계를 움직이는 전문가들이 한국의 금융경색 해소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신경제에 대비한 산업전략 등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토론회에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제도를 활성화하고 은행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서구전문가들의 처방에 대해 일본측에선 아시아국가의 자본구조에 비춰 비현실적이라며 이견을 보이는 등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 토론자 명단 >

<> 사토 미쓰오 < 日 다이이치생명 고문 >
<> 퍼시 바네빅 < 인베스터AB 회장 >
<> 모리스 스트롱 < UN 사무총장 고문 >
<> 오토 램스도르프 < 前 獨 경제장관 >
<> 오노 루딩 < 시티은행 부회장 >
<> 피터 서덜랜드 < 골드만삭스 회장 >
<> 현재현 < 동양그룹 회장 > ( 無順 )

===============================================================

[ 경제.기업 개방...투명성 확보 시급 ]

◆ 퍼시 바네빅(인베스터AB 회장) =한국은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이사회가 외국인을 이사로 많이 데려와 세계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AB그룹내 50여개사의 1백50명 이사들중 본국인 스웨덴사람은 50명뿐이고 나머지는 외국인이다.

유럽을 비롯 미국 중국 일본사람까지 있다.

한국의 경영진들은 IT(정보기술) 혁명에 적응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신기술 신유통 신방식 등의 감각과 능력을 가진 젊은 경영진들을 많이 영입해야 한다.

이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과 조화를 이뤄 한국경제를 성장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 모리스 스트롱(UN 사무총장 고문) =한국의 기업들이 지난 40년간 달성한 업적을 보면 지금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위기는 부분적으로 탈출했기 때문에 완전 탈출도 가능하다고 본다.

임기가 2년 밖에 남지 않은 한국정부는 인기없는 정책이라도 실행해야 할 것은 실행해야 한다.

◆ 오노 루딩(시티은행 부회장) =한국은 외환위기를 잘 극복했지만 더 많은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은행의 임금수준은 경쟁력의 기준으로 볼 때 너무 높다.

한국에선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한국은 어느 정도 번영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을 키워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상호출자와 분식회계를 통해 부채비율을 2백%대로 낮췄는데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생각을 바꿔 유럽 기업처럼 비핵심 분야를 분사하고 정리해 주력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피터 서덜랜드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 =분명한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있는 앵글로색슨 모델 국가의 경우 실업률이 유럽연합내에서 가장 낮다.

반면 스페인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많이 높였지만 실업률이 14%나 된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투명화도 선행돼야 한다.

시장과 투자자들, 사회는 반드시 기업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사외이사제도가 어떻게 됐든지 정부의 투명성이 없다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소수의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매우 중요하다.

◆ 오토 램스도르프(전 독일 경제부장관) =지금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문제가 핵심 현안이 되고 있는데 독일의 경험에 비춰보면 정부와 기업이 노조에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한다.

한국은 유럽과 미국의 중간정도에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 사토 미쓰오(일본 다이이치생명 고문) =사외이사의 경영감시를 위주로 한 기업지배구조 모델은 자본주의가 정착된 영미국가에서나 맞는 얘기다.

한국 등 아시아국가에선 몇 명의 창업자 가족에게 주식이 집중돼 있어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감독할 수 없다.

일본에서도 사외이사를 영입해 봤는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은행들이 감독해야 한다.

◆ 퍼시 바네빅 =기업경영 감시와 관련해 은행과 법무법인 등은 업무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 기업을 제대로 감독할 수 없다.

◆ 현재현(동양그룹 회장) =한국기업의 금융경색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 피터 서덜랜드 =저축률이 높은데 투자돼야 할 부문에 저축된 자금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투자가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할당돼야 한다.

시장을 개방하는 것, 즉 경제와 기업을 개방하고 투명성을 제고해 투자를 유인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외국 자본시장에 대한 완전개방을 통해 기업이 성장, 이익의 시장원리가 적용돼 투자가치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