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개혁 서두르기 보다 은행시스템 개선 힘써야" ]

펠드스타인 < 하버드대 교수 >

한국경제에 여전히 우려할 만한 네가지 징후가 보인다.

우선 민간기업에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돈이 돌지 않으면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주가는 올들어 40% 이상 떨어졌다.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줄어들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최근들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한국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증가하는 것은 이런 요인들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상당부분 잘못된 금융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 많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벌을 해체하려는게 과연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부는 재벌개혁에 앞서 은행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힘써야 한다.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에 한국경제의 성패가 달린 만큼 당분간 이 분야에 개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 후에 시장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

미국 경제가 강한 것은 탄탄한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경쟁력도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성장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은 미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4%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몇십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2.5%)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미국의 성장은 한국 기업들의 수출증가로 이어져 한국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무역 및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했다.

임금도 많이 올랐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따라서 미국경제가 약간 둔화되는게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최근 분기의 미국 GDP 성장은 2.4%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면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임금상승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미국경제는 침체된 것이 아니다.

약간 둔화된 후 생산성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앞으로 재정흑자가 증대될 전망이다.

이는 세수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미국 상원은 내년에 세금을 큰 폭으로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낙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