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퇴직금누진제를 내년초까지 폐지하지 않으면 공적자금을 배정하지 않겠다"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기관은 물론 유관 공공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공기업에 준하는 구조개혁을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기업 개혁을 위해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발굴해 부처별로 "공기업 경영인력풀(Pool)"제를 만들어 풀에 들어 있는 사람들을 사장이나 임원으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고광철 경제부장이 지난 11일 전 장관을 만나 공기업개혁의 평가와 과제를 들어봤다.

―공기업 개혁이 상대적으로 더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개혁과정에서 저항감이 있을 수 있다.

또 일부에서 ''개혁의 피로감''이나 노.정 갈등설 등을 부추기면서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반 국민들은 정현준 진승현씨 같은 20대 젊은이가 수천억원을 ''주무르는'' 현상을 보면서도 공기업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의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또 지자체나 파출소 같은 곳에서 한건의 비리사건이 발생하거나 정치권의 정쟁이 심화돼도 공공부문의 개혁이 안됐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당초 추진키로 한 공공부문 개혁, 다시 말하면 민영화나 인력감축과제 등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원칙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많다.

"예산과 감사원 감사를 채찍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개혁을 제대로 하는 공기업에는 예산상의 혜택을, 못하는 곳에는 불이익을 줄 것이다.

또 감사원 감사때 개혁 과제를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보도록 요청했다"

―최근 담배인삼공사의 인력감축과 민영화를 둘러싼 한국전력 노사 협의 과정에서 이면협약설 등으로 공기업개혁이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한전의 이면계약설에 대해서는 확인해본 결과 알려진 것과는 달랐다.

고용문제와 관련해 노사간 3개 합의사항이 있었지만 통상적인 노사 단체협상의 일환으로 협의한 내용이었다.

담배인삼공사가 5백3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역시 앞으로 공사에서 자연퇴직자가 생길 경우 과거 근무자의 경력과 전문성을 살려 채용하겠다는 것이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

―민영화의 속도가 더디지 않은가.

"우선 발전(發電) 자회사를 분리매각하기 위한 한전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미국의 통신사인 AT&T 분할매각에 비교할만하다.

한전이 안고 있는 25조6천억원에 달하는 부채의 연대보증 문제 등 분할에 필요한 몇가지 절차가 있다.

이런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이르면 내년 2월,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현재의 5개 사업단을 별도 회사로 떼내는 작업이 끝날 것이다.

한국중공업 민영화도 가닥을 잡았다.

거대 공기업 민영화에 큰 진전을 거둔 셈이다.

한국통신도 15일로 예정된 IMT-2000 사업자가 발표되면 전략적 제휴 대상자가 나오게 돼있다.

이밖에 철도청이 연말까지 2천2백46명을 감축키로 최근 노사간 협의를 했다"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경영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나.

"12월까지 평가가 이뤄진다.

이 평가단에는 시민단체 대표 20명도 들어 있다.

개혁성에 비중을 두고 평가결과에 따라 공기업 사장과 정부가 경영계약을 체결하면 낙하산식 인사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부처별 풀제로 운영, 이중에서 사장과 임원을 선임해 매년초 경영계약을 체결토록 할 계획이다.

공기업의 경영진에 대해 어떻게든 경쟁풍토를 조성토록 하겠다"

―공기업의 자회사에 대해서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공기업을 핵심역량 위주로 정비하기 위해 민영화와 더불어 대상 61개중 18개 공기업 자회사를 정리했다.

나머지 43개 자회사에 대한 민영화.통폐합 여부를 재검토해 내년 2월까지 정비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자회사에 대한 정비는 경제.사회적 여건변화로 더이상 공기업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는 회사는 민영화하고 부실로 회생가능성이 없거나 모기업과 연계성이 높은 곳은 통폐합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감축 등으로 노조의 반발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감축은 올해말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취임초부터 기관별 개혁성과와 예산을 연계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정부 투자.출자기관, 산하기관의 퇴직금누진제 철폐가 그런 예다.

최근에는 이를 공적자금 투입은행 등 공공금융기관으로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아직 17개 금융기관이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는데 내년초까지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예산을 동결하고 공적자금 배정도 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올리는 금융기관이 1년 근무에 40∼50%씩 퇴직금을 더 받도록 할 수는 없다.

정부 산하기관에서는 8곳이 고치지 않았는데 예산을 수시배정 방식으로 바꿔 불이익을 줄 예정이다"

―운영시스템 개선 등 공기업 경영의 소프트웨어 개혁방안은.

"앞으로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B2C(기업과 개인간 전자상거래) 체제가 구축되면 뒤따라 시행되는 방안이 많을 것으로 본다.

또 공기업의 사외이사 문제 등은 효율성과 책임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내년초 워크숍을 여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고 공기업 간부직에 대한 개방제 등도 공기업(사장)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하도록 적극 유도하겠다"

정리=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