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서적 시장은 정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인가''

21세기형 서적으로 일컬어지는 e서적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출판업체 대형서점 기술관련업체 온라인도서유통업체 등이 저마다 전자서적 시장의 조기 석권을 위해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 쌍방향TV 기술이 전문인 미디어업체 젬스타-TV가이드 인터내셔널과 미 최대서점인 반즈&노블은 e서적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양사는 또 새로운 사업부를 합작.런칭하거나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e서적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이는 e서적이 성장 가능성이 큰 "황금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관련업체들의 타깃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전자서적 시장을 노리고 있는 유수 출판업체들은 번거로운 인쇄 설비와 서점을 거치지 않고도 책을 팔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잔뜩 품고 있다.

반즈&노블의 인터넷 자회사인 반즈&노블닷컴을 비롯한 온라인 서적 유통업체들도 이같은 새로운 물결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e서적의 제작.판매에 본격 나서고 있다.

반즈&노블은 온라인서적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아마존닷컴에 눌린 아픔을 딛고 반즈&노블닷컴을 통해 멋들어진 복수를 하려는 태세다.

그래서 i유니버스 마이티워즈닷컴 등 디지털 출판업체들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기술업체들도 몰려들고 있다.

많은 신생 닷컴업체들이 도서나 정기간행물을 디지털 파일로 저장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e서적의 무단 복제를 차단하는 기술에 승부를 거는 기술 벤처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넷라이브러리, e브러리 등 일부 닷컴업체들은 e서적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한 대안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들이 제목뿐 아니라 본문까지도 검색할 수 있는 가상도서관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피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넷라이브러리는 유수 공립.대학 도서관들에 전자서적을 공급중이다.

스크린으로 책을 읽고 출판하는 것과 관련, 기술적 표준을 확립키 위한 다툼도 격렬하다.

마이크로소트프(MS)를 비롯해 아도베시스템스, 젬스타-TV가이드인터내셔널 등 굵직굵직한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이에 몰두하고 있다.

많은 저자들도 자신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흥분하고 있다.

상당수 저자들은 직접 e서적 시장에 뛰어들기까지 했다.

하드셸워드팩토리나 북락커닷컴 등은 전직 작가 출신들이 운영하는 e서적 판매업체들이다.

인기 호러작가 스티븐 킹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연재소설 "더 플랜트(The Plant)"를 판매, 상당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저자들이 직접 판매에 나섬에 따라 출판업체들의 수익을 갉아먹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에 대해 출판업체들은 "결국 저자들은 고객 서비스와 돈 거래 등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킹의 성공을 계기로 이러한 일이 점점 더 확산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e서적 시장을 놓고 진짜 고민해야 할 문제는 "가능성"이다.

아직은 디지털 독자층이 턱없이 얇은 데다가 별로 늘어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 전문 여론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오브라이언은 e서적 시장을 에워싼 불꽃튀기는 경쟁에 대해 "음식은 다 되지도 않았는데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드는 판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독자들이 아직 스크린으로 독서하는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e서적이 뜰 때가 오긴 오겠지만 적어도 5년안에는 활성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