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본지에서 ''공기업 대해부'' 시리즈 기사가 나간 뒤 기자 앞으로 몇통의 e메일이 왔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었다.

먼저 A씨의 메일.

A씨는 정부 모부처에서 국장을 지냈고 지금은 민간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제가 OO국장시절(95년) 연내 내지 다음해까지 XX기업을 민영화하자고 했더니 우선 ''안에서 나갈 자리 없어진다''며 아래.위 동료가 다 반대하더군요. 타협안으로 3년인가 뒤에 하기로 했었는데 나중에 더 늦춰진 것 같고, 이제 와서는 공사화해야 한다고 야단입니다.
당시 민영화추진실무위원회에 나가 보았더니 명확한 기간 내에 자기 부처의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공무원이 없더군요. 그때 저는 ''공기업 민영화는 안되는거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정치권이 한 술 더 뜨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같이 고생했던 사람에게 자리 하나는 챙겨줘야 하니까요. 문제는 자리 하나만 주는게 아니라 그로 인해 공기업이 거덜나는데 있지요"

다음 B씨.

그는 정보통신업계의 현장에서 뛰는 실무자다.

"한전이나 관광공사처럼 잘 알려진 곳 외에도 각 부처 산하의 협회,그리고 공기업의 자회사와 관련회사들이 더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필요성이 의문시되고 능률도 없으며 기존의 다른 곳과 업무가 중복이 되는 곳이 많습니다. 당연히 이런 곳은 낙하산 인사나 공무원 자녀들의 취업도피처, 그리고 사기업과 관련부서와의 이권사업에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일하는 분야인 한국OO협회와 한국OO진흥원이 있는데 98년 후자가 전자로부터 분리되었으나 하는 일은 거의 중복됩니다. 사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만큼 업무도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곳은 정체도 불분명하지만 공기업이랍시고 공무원 대우에 월급도 많더군요. 하지만 (존립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끼겠더군요"

공기업 현장을 체험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같은 얘기들은 공기업의 궁극적 주인인 일반 국민들이 속으로 느끼고 있는 정서를 그대로 전해 주는 것 같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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