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공기업에서는 돈을 물 쓰듯 쓴다.

장래가 불확실한 사업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자재도 넉넉하게 구매한다.

이익이 나면 각종 명목으로 나눠 갖는다.

''낙하산 경영진''은 노조가 시비를 걸면 뒷전을 챙겨주기에 바쁘다.

이런 탓에 공기업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국내외 민간기업들과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지면 상당수 공기업이 도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 무분별한 투자

공기업의 대표적 투자 실패 사례로 시티폰(CT-2) 사업을 꼽을 수 있다.

한국통신은 지난 93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지난해 사업을 중단하기까지 이 사업에 4천억여원을 투자했다.

1년반동안 서비스를 제공해 벌어들인 돈은 9백억원 남짓.

다른 분야에 투자했을 경우 벌어들였을 기회비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3천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눈에 보이는 대표적 투자 실패 사례로는 파주 통일동산을 꼽을 수 있다.

한국토지공사가 통일동산 분양을 시작한 시기는 지난 90년.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1백14만여평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6만여평이 분양되지 않은채 버려져 있다.

토지공사는 허허벌판에 4천9백억원을 쏟아부어놓고 겨우 1천8백억원만 건진 채 애를 태우고 있다.

통일동산 뿐이 아니다.

지방공단들도 절반 가까이 비어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성화로 여기저기 공단을 조성하긴 했지만 기업들이 입주를 꺼릴 뿐 아니라 입주기업마저 속속 빠져 나가고 있다.

광주첨단산업단지도 예외가 아니다.

입지조건보다는 지역균형개발을 이유로 조성된 산업단지라서 분양이 시작된지 5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35%가 미분양된 상태다.

기업의 한 투자 담당 임원은 "민간기업에서는 기획단계에서 실제 투자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엄격한 검증을 거치게 마련이지만 공기업에서는 상부의 뜻에 따라 검증절차를 생략하는 수가 많다"면서 "공기업의 투자 실패는 철저하게 득실을 따지지 않고 돈을 쏟아붓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부의 부당한 간섭 때문인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자재 구매에서도 돈이 낭비되기 일쑤다.

한국전력의 경우 사놓고 쓰지 않은 재고 자재가 지난 10월말 현재 2천6백억원어치에 달한다.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자재를 구매하는 것도 문제다.

경쟁입찰에 부친다 해도 낙찰률이 99%에 이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송.배전 자재 경쟁입찰에서 예정가의 99%대에 낙찰된 금액이 전체 계약액의 62%나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과다한 비용 지출

시중에는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앞선 분야는 사원복지 뿐''이라는 말이 나돈다.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공기업의 고질화된 ''나눠먹기'' 풍토를 꼬집은 말이다.

공기업에서는 이익이 나면 상당부분을 떼어내 각종 명목으로 임직원들이 나눠 갖는다.

이익이 나지 않아도 사원복지는 최우선이다.

경영을 잘못해 적자가 나면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면 그만이다.

한국감정원의 경우 지난해 98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직원들에게 16억4천6백만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자회사인 한국부동산신탁에 대한 투자손실로 2백68억원을 계상하는 바람에 적자가 났을 뿐 감정원 자체로는 이익을 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근거다.

그러나 민간기업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해괴한 명분일 따름이다.

공기업의 복리후생은 민간기업 근로자들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하다.

한국마사회는 제복을 입든 입지 않든 모든 직원에게 매년 56만원 내지 96만원의 피복비를 지급하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고 지난 10월에야 제도를 개선했다.

또 전 직원에 최고 1억5천만원의 암치료비가 보장되는 개인보험에 가입시켜 주고 95년이후 약 7억원의 보험료를 직원대신 대줬다.

공기업에서는 일하지 않고도 돈을 받는 날도 많다.

체력단련휴가 생일휴가 효도휴가 결혼기념일휴가 등 유급휴가 이름도 다양하다.

한국조폐공사와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체력단련을 명목으로 6일, 결혼기념일 명목으로 1일 쉬게 한다.

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도 연간 6일의 유급 체력단련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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