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잇단 신용금고 사건, 금융기관 구조조정, 주식.채권시장 침체로 국내에서 자금조달 길이 막히면서 기업들이 심한 자금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대부분 기업들은 아직까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만큼 대외신용이 받쳐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 추진 이후 간헐적으로 눈에 띄던 국제고리대를 통한 엔화 자금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 왜 성행하나 =국제고리대를 통한 엔화 자금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일본 금융기관(혹은 일본인 개인자금)과 국내기업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제로금리정책 추진 이후 일본내에서 금융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과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시장 침체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채시장을 이용할 경우 평균 15% 이상의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본 금융기관들이 한국내 유령회사(혹은 캐피털 회사)를 통해 연 5∼6%의 확정금리로 엔화 자금을 공급해 주면 국내기업들은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7∼8%의 싼 금리로 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 얼마나 들어왔나 =국제고리대 자금의 성격상 국내기업들이 밝히기를 꺼려 국내에 유입된 엔화 자금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업계에서는 대략 2천억∼3천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S그룹의 한 임원은 "우리 기업만 하더라도 이 자금이 60억원에 달한다. 사정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벤처기업의 사장도 "갈수록 악화되는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고리대를 통한 엔화 자금에 마지막 승부수를 걸고 있다.

남은 절차를 매듭짓기 위해 이번주중에 일본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들어 연말 자금수요까지 겹치면서 일부 기업들의 경우 국제고리대를 통한 엔화 자금을 구하기 위해 금리를 덧붙여 주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대내외 환경이 불투명해 대부분 기업들은 원활한 현금흐름에 내년 경영계획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벌써부터 자금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일본경제가 재둔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일본금리가 추가 인상될 여지는 작은 상태다.

따라서 환율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국제고리대를 통한 엔화 자금이용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