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복고형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주식투자전략이 그동안의 성장주식 중심에서 실적주식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주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주최로 인터넷관련 콘퍼런스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아메리칸온라인(AOL)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케이스를 비롯 클레런스 챈드란 노텔 최고운영책임자(COO), 마이클 델 델컴퓨터 CEO 등 2백여명의 내로라하는 인터넷 제왕들.

하지만 지난해엔 축제 같았던 이 행사가 올해는 장례식 분위기였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요즘 나스닥시장의 분위기는 ''잔치는 끝났다(The party is over)''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이 때문에 인터넷주식 중심의 투자전략이 1백80도 바뀌고 있다.

핵심은 누가 먼저 90년대 사용했던 전략을 버리느냐는 것.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보고 증시에 뛰어들어도 주가가 또 떨어지는게 요즘 미국증시의 상황이다.

이런 장세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바로 할아버지세대가 좋아했던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증시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전기 가스공급업체처럼 성장성보다는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공공사업체(유틸리티) 주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들 주식은 인터넷주식이 인기를 끌 땐 그야말로 찬밥신세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전기 천연가스공급업체인 듀크에너지의 경우 인터넷주식이 한창 뜨던 지난 98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아무 이유없이 주가가 추락했었다.

하지만 3월이후 지금까지 2배 이상 뛴 스타주식이 됐다.

''복고형 투자''의 유행은 인터넷주식과 공공사업체 주식의 PER(주가수익배율)를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지난 3월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S&P500지수에 속한 인터넷주식들의 PER는 83배에 달했다.

일부 종목은 1백배를 넘기도 했다.

당시 공공사업체 주식들의 PER는 9배였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 인터넷주식들의 PER는 40배로 절반이하로 낮아진 대신 공공사업체의 PER는 23배로 올라갔다.

월가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이같은 복고형 투자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