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의 늪을 헤매는 와중에서도 수출업계는 선전(善戰)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현재까지 한국의 수출은 1천4백26억달러로 작년동기보다 24.5% 늘어났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 호황과 개도국 경기의 회복 등 대외 여건이 괜찮았던데다 반도체 등 IT(정보통신) 산업에서 해외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무역수지 흑자도 95억달러에 달해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1백20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이같은 수출 쾌거의 1등 공신은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등 IT관련 제품.

올들어 10월말까지 총 수출이 작년보다 2백80억달러 증가한 가운데 이들 3개 품목에서만 1백28억달러나 증가, 이들 품목이 명실상부 한국의 수출을 주도했다.

정보통신 산업의 호황에 따른 해외 수요의 확대 외에 "기회"를 놓치지 않은 국내 관련업계의 설비투자 등 공급능력 확대,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등이 맞아떨어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올해 한국의 수출 호조와 관련해 또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IT 등 분야의 고부가가치 제품 뿐만 아니라 섬유 플라스틱 등 경공업 제품에서도 증가세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경공업 제품 수출은 올 10월말 현재 작년동기대비 10.5% 증가, 88년 이후 12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품목별로는 타이어와 편직제 의류를 제외하고 섬유류 및 비섬유류 제품 전반에 걸쳐 수출 증가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경공업 수출의 회복은 품질향상을 위한 업계의 노력과 주요 시장인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 시장의 경기 회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0대 수출품목에서는 반도체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컴퓨터(2위)와 자동차(3위)가 지난해 순위와 서로 자리바꿈했다.

석유화학제품과 무선통신기기는 지난해보다 한단계씩 순위가 올랐다.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석유화학제품의 비중이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선박 의류의 비중은 각각 0.8%, 0.4%씩 소폭 축소되었다.

지역별로 특징을 살펴보면 올해 선진국과 개도국에 대한 수출 증가세가 고루 확대됐다.

선진국으로의 수출은 미국 경기의 지속적인 호황 및 일본 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10월말 현재 전년동기대비 25.9% 증가했다.

미국(34.3%), 일본(12.9%), EU(14.2%) 등 지역별로 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개도국으로의 수출도 10월말 현재 전년동기비 23% 증가했다.

올해 수출상대국중 미국 일본 중국 등 상위 3개국의 비중이 작년보다 3% 증가한 44%를 기록했다.

특이한 것은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의 비중(21.7%)이 미국 비중(21.5%)을 추월했다는 점.

지난해 28.4% 증가했던 수입은 지난 10월말 현재 39.5% 증가한 1천3백3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이후 국내 경기의 회복에 따라 설비투자 및 제조업 가동률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수출용보다 내수용이 수입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수입품목을 살펴보면 전 품목이 높은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고유가로 인해 유류관련 품목이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기전자 산업의 호황으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입이 증가했으며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및 부품이 10위권으로 진입했다.

한편 일본 지역으로의 수출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은 더욱 확대된 31억달러를 기록, 일본이 한국의 무역역조국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