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는 다우 나스닥 S&P500지수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 말고도 여러 종류의 주가지수가 있다.

그중 하나가 윌셔(Wilshire)5000지수다.

일반인들의 관심밖에 있는 이 지수가 언론에 등장하는 것은 매년 이맘 때다.

''9월부터 추수감사절 1주일전인 11월17일까지''의 지수등락률이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연말연시''로 이어지는 연중 최대 쇼핑시즌 경기와 정비례한다는 점에서다.

이 함수관계는 지난 95년부터 작년까지 1백% 적중했다.

지난해에도 이 지수는 8% 상승했고 연말경기는 호황이었다.

주식시장과 소비의 상관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는 또 있다.

주식값이 한번 크게 떨어지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일반인들의 소비가 크게 줄어든다는 논리(에드 헤이만 국제전략투자연구소장)다.

지난 96년 이후 미국증시가 크게 흔들렸던 적은 14번에 달했고 소매판매량은 그때마다 크게 감소했다.

이 두 연구결과가 맞아 떨어지는 시점은 공교롭게도 90년대 중반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학자들은 이 때가 미국인들의 주식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직접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가등락이 생활 씀씀이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주가를 올려주는 대통령을 원하고,그래서 탄생한 정치체제가 ''증권 민주주의''란 얘기까지 나온다.

미국은 지난주 4일간의 추수감사절 연휴를 시작으로 바야흐로 ''연말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쇼핑센터 주차장엔 빈 공간이 많다.

주차할 장소를 찾지 못해 빙빙도는 차량이 많았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선물용 포장지와 카드매출 등 연말경기의 선행지표들이 이미 좋지 않다.

추수감사절 직전의 ''윌셔5000지수''도 떨어졌다.

자기 주식값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쇼핑에 나설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장기화되고 있는 대선드라마가 증시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빨리 결론이 나길 바라는 진짜 이유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