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애완동물을 판매하는 Pets.com이란 인터넷 회사가 망했다.

미국인들이 애완동물을 무척 좋아한다는 점에서 이 회사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평가와 함께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때 주가도 급등하는 등 나스닥의 인기스타였다.

망한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살때 실제 손으로 만져봐야 사는 탓이다.

가상공간인 인터넷을 이용한 영업, 이른바 e비즈니스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예다.

금융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은행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으나 영업신장은 신통치 않다.

고객들이 자신들이 맡긴 예금이 사이버공간속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은행들은 많은 돈을 들여 구축했던 인터넷뱅킹 자회사를 포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이런 인터넷뱅킹 시장에서 네덜란드계 금융그룹인 ING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회사측 전략.

편안한 소파와 비스킷을 갖춘 카페가 인터넷뱅킹을 성공시킨 핵심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나라의 ING에서 벤치마킹하는 모델은 현재 캐나다ING의 인터넷뱅킹이다.

3년전인 97년 전화를 통한 온라인으로 시작, 다음해 인터넷망을 구축한 이 회사는 일단 계좌개설을 쉽게 할수 있게 하고 일반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었다.

여기까지는 다른 인터넷은행들과 같은 영업방식이다.

다른 점은 목표 고객층.

일반 인터넷뱅킹의 주요 영업대상은 컴퓨터전문가들이나 온라인거래에 익숙한 사람들.

그러나 ING는 이들 말고 일반 고객들을 목표로 삼았다.

컴퓨터전문가가 아닌 일반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컴퓨터뿐 아니라 "사람"의 지원이 필요했다.

이를 해결한 것이 카페운영이었다.

우선 토론토 오피스빌딩 1층에 일반 커피숍과 다름없는 카페를 차렸다.

다른 카페와 차이점은 커피는 물론 일반 은행정보를 같이 제공하는 점이다.

커피머신 옆에 은행안내책자가 있고 가격표시판과 함께 그날의 금리판이 놓여 있다.

은행 직원들이 친절히 상담해 주며 필요할 경우 그 자리에서 계좌도 개설해 준다.

고객들에 한해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이 카페는 자기 돈이 사이버공간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토론토와 밴쿠버 두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고객중의 25%가 찾아오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카페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으면 직접 은행으로 "모셔" 문제를 해결해 준다.

높은 금리에 일반은행같은 편안함을 주는 "카페전략"은 일단 대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업 3년만에 고객이 30만명을 넘고 예금도 3백억캐나다달러(미화 20억달러)를 웃돈다.

회사측은 적어도 내년부터는 이익을 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다.

스스로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캐나다 로얄은행 소유)가 지난 4년동안 고작 5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시티그룹은 지난 7월 인터넷뱅크사업을 포기했고 뱅크원도 윙스팬뱅크닷컴이란 인터넷전용은행의 광고를 축소한데 이어 최근에는 매각까지 고려중이다.

ING는 그동안 호주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들 국가의 지난 1년간 고객증가율은 60%를 넘어서고 있다.

캐나다를 제외할 경우 전세계에 현재 43만2천명의 고객이 미화 31억달러를 예금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힌다.

ING인터넷뱅킹은 이제 미국 공략에 나섰다.

우선 북동부지역을 관할하는 회사를 차렸다.

물론 뉴욕 필라델피아와 본사가 있는 델라웨어주의 윌밍턴 3곳에 카페를 낼 계획이다.

미국인들은 인터넷쇼핑을 즐기는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인터넷뱅킹의 이용율을 낮다.

인터넷 사용자중 인터넷뱅킹을 하는 비율이 캐나다는 31%, 독일은 42%인데 비해 미국은 22%에 불과하다.

하지만 회사측은 "기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겠지만 ING의 독특한 전략에 미국시장도 무너질 것"(아카디 쿨만 미국 인터넷뱅킹CEO)이라고 자신한다.

"카페전략"이 미국서도 통할지 관심사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