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서 최고 경영자(CEO)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특히 기업과 금융시장의 구조조정 등 요즘처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선 최고경영자의 자질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훌륭한 경영자를 받아들이면 주가가 훌쩍 뛰기도 한다.

실제 증권전문 사이트인 팍스넷의 최근 조사에선 "CEO가 코스닥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답한 사람이 10명중 8명으로 나타났다.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 마담"격인 최고경영자 덕분에 회사 이미지 전체가 새롭게 바뀌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전략적인 효과를 노리고 대표를 새로 영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 한국의 사례 =전문 경영인 영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로커스에 인수된 코아텍시스템은 회사이름을 로커스홀딩스로 바꾸고 김&장 법무법인의 박명무 변호사를 CEO로 영입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주가가 크게 뛰기도 했다.

지난 3월 한때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을 최고경영자로 받아들였던 한국창업투자의 주가도 들썩거렸다.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의 공동 CEO였던 박헌하 사장은 미국 새너제이에 설립된 현지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뒤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서 회사가치를 높이고 있다.

CEO를 받아들여 성공한 케이스로는 삼성물산 출신인 이금룡씨를 영입한 옥션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옥션의 공동 대표가 된 이 사장은 대외업무를 총괄하면서 회사의 지명도를 한껏 올렸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인터넷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인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은 "미국에서 고액의 연봉을 주고 지명도가 높은 CEO를 영입하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 이익을 주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도 CEO가 회사 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외국은 어떤가 =해외에서는 CEO의 영향력이 한국보다 더욱 크다고 할수 있다.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은 재임 시절 주가를 크게 높인 것으로 유명하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에선 최근 수익성 악화에 따른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경영자를 교체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대신 제록스 루슨트테크놀러지 허큘리스 등은 경험 많은 과거 CEO 영입을 시도했다.

기업 내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실제 지난 97년 CEO로 복귀한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회장은 탄탄한 경영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일본에선 경영실패를 이유로 오디오 전문 업체인 아이와 그룹의 이시가키 요시오 사장과 산요전기의 곤도 마사오 사장 등이 잇따라 사임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CEO는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CEO가 있는가는 분명 회사 가치를 측정하는 핵심 척도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