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영 < 이비즈그룹 대표 >

초기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앞으로 닥쳐올 불확실성에 대비해 어떤 수단으로든 안정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

잘 나간다는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너도나도 금융기관과 여타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든든한 자금줄이나 사업영역을 확보해 어려운 시기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많은 재벌기업들이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던 것도 시너지 효과와 리스크 분산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때 50여개의 투자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메디슨을 "초생명기업"으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벤처는 벤처들끼리 출자관계를 맺으면서 노하우를 주고받아 건전한 생태계를 이뤄가야 한다는 것.

초생명기업은 단순한 자본이득을 꾀하는 벤처캐피털이나 대기업의 시너지없는 비관련 다각화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가 수백에서 수천 개의 관련 기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그 사례로 들고 있다.

<> 벤처기업 다각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 =벤처기업의 사업다각화를 부정적 시각만으로 바라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과거 재벌기업의 행태 때문이었든 최근 메디슨의 어려움 때문이든 사업다각화는 핵심역량의 분산, 내수시장 장악을 위한 자원선점 같은 부정적 인식이 큰 것이 사실이다.

직접적으로는 벤처업계가 어려워진 가운데 금융업종에 투자한 많은 벤처기업들이 여론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 재벌기업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다, 기술개발은 등한시하고 머니게임에만 열중한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가가 높을 때는 평가이익이 많지만 주가가 폭락하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리스크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사업다각화를 부정적 시각만으로 바라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물론 해당 기업 본연의 사업성장과 기술개발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 우물을 파는 것 역시 너무나 높은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특히 요즘처럼 새로운 기술들이 기존 기술을 급속도로 잠식해 들어가는 현상이 비일비재할 경우 높은 비용을 들여 개발해 놓은 기술에 안주한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벤처업계 자체의 장래가 불확실하지 않은가.

<> 명확한 전략목표 아래 다각화를 추진하는 선진 정보기술(IT) 기업 =최근 인텔은 전통적인 마이크로칩 사업 외에 웹 호스팅 사업을 필두로 네트워킹 넷인프라 통신기술 등에서 나오는 매출액 비중을 늘려 나갈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로그파일을 검토함으로써 웹사이트 트래픽을 분석하는 웹트렌즈(WebTrends)와 웹메일 벤더인 EMU메일(EMUmail)을 인수했다.

인텔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명분은 간단하다.

마이크로칩 사업은 앞으로 최소 몇년간은 인텔의 중심사업으로 남아있을 것이지만 PC 사업 분야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다.

물론 사업 추진과정상 혼선이 빚어졌고 기존 시장참여자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사업다각화에 대한 인텔의 입장은 분명하다.

시너지 창출과 리스크 분산이 그들이 내세우는 변이다.

한편 중대형 컴퓨터업체들도 보통 지분투자와 자사 IT 자원을 저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벤처기업과 연대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벤처기업의 아이템을 자사 솔루션에 융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보자는 의도가 크다.

IBM의 넷젠 사업부, 컴팩의 CSP.ASP 제도가 그런 의도로 구성됐다.

이렇듯 IT 업계의 사업다각화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 벤처기업 사업다각화의 성공요건 =생산능력 등 다양한 기능을 함께 가져가는 오프라인 기업과는 달리 가볍게 움직여야 하는 벤처기업들은 핵심 역량을 빼고는 아웃소싱을 하는게 효율적일 수도 있다.

재테크를 위한 머니게임이 아닌 전략적 지분출자는 기업끼리 피를 섞는 행위로 이런 제휴를 쉽게 해준다.

큰 덩치의 기업을 가져가는 것보다 작고 효율적인 벤처기업 여러 개를 가져가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위험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사업다각화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려면 몇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첫째 모기업이 시장선도력이 있어야 한다.

경쟁력있는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다각화의 대상은 시너지 창출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즉 본연의 사업과 밀접히 관련되는 사업 중심으로 다각화를 진행시키라는 것이다.

비관련 다각화로 시너지와는 상관없이 자본만 얽힌 기업집단으로 남는다면 벤처기업의 사업다각화는 오히려 큰 위험에 노출될 수가 있다.

결론적으로 벤처기업의 사업다각화 성패는 벤처산업 전반의 전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산업의 IT화가 대세라면 IT 벤처기업의 사업다각화 전략 역시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다만 일부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가 아닌 영업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인 투자에 국한한다면 말이다.

taeyoung@e-bizgro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