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데는 정부의 금융.기업구조조정이 실패할 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컸다.

무엇보다 국회 파행으로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지연될 것이라는 인식이 이런 우려를 확산시켰다.

동남아 통화, 특히 대만달러가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일조했다.

<>원인과 전망=원달러 환율은 지난 1개월여간 1천1백30원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17일 이후 정유사 등 대형 수입업체들이 외화부채를 갚기 위해 달러매수에 적극 나서면서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고 20일엔 장중한때 달러당 1천1백50원까지 치솟았다.

외환전문가는 "기업들이 미뤄놓은 수입결제대금만 해도 45억달러에 달하는데다 내년부터 확대되는 외환자유화로 시장이 불안해질 것에 대비해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시장전체에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자는 "수급상으로 볼 때는 환율이 급등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대동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은 "경상수지가 계속 흑자를 내고 있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시적이고 막연한 불안심리와 대만 등 동남아 국가의 통화불안정이 주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라면서 "수출하고 받은 달러가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나오는 월말이 되면 공급우위로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대책=일시적인 심리불안으로 인한 것인만큼 특별한 대책이 필요없다는 반응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수급상 문제가 없는만큼 정부가 수급조절책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그런 대책보다는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불안양상이 장기화할 경우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