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유상부 포항제철 회장이 지난주 극비 회동,현대차 계열사인 현대강관에 포철의 핫코일을 공급하는 문제를 놓고 ''최후 담판''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아무 성과없이 끝났고 그 직후인 지난 16일 현대강관이 일본의 가와사키제철과 손잡고 핫코일을 들여오기로 했다는 ''제휴'' 발표로 이어졌다.

포철은 현대와 가와사키의 짝짓기라는 ''일격''에 당황해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용 강판 수요업체인 현대자동차에 일본산 핫코일이 들어올 경우 중요한 ''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철 유 회장이 정 회장과의 회동을 먼저 제의해 "핫코일을 대줄테니 포철과도 협력관계를 지속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현대 관계자는 밝혔다.

현대는 얼마전까지 포철에 핫코일 공급을 사정조로 요청해왔음에도 포철측은 "국내 냉연시장(수요 70만t에 공급 1백50만t)이 공급 과잉 상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냉연용 핫코일을 줄 수는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현대가 ''가와사키 카드''를 꺼내들자 포철측에서 입장을 바꿔 화급하게 ''구슬리기''를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포철측은 그 반대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측에서 "핫코일 공급을 계속해서 거부하면 가와사키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고 ''최후 통첩성'' 통보를 했고 포철은 "그래도 불가"라는 입장을 확인시켜줬다는 설명이다.

유 회장은 "공급 과잉이 심각한 냉연산업의 구조조정에 현대가 협조해달라"고 오히려 정 회장을 ''설득''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회동에 대한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지만 분명한 점은 현대가 가와사키와 제휴키로 했고 그에 따라 국내 냉연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돌출했다는 사실이다.

포철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가와사키제철이 현대강관에 단지 핫코일을 대주는데 머물지 않고 냉연제품을 현대자동차에 직접 공급하는 식으로 제휴 영역을 확대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포철로서는 일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두 회장의 ''최후 담판''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건 국내 철강시장에 바야흐로 ''가와사키 태풍''이 예고된 가운데 냉연업계에 한층 세찬 구조조정의 회오리 바람이 시작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학영·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