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주가는 16일 1천1백원(7.21%) 떨어졌다.

현대건설 지원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매도 때문이었다.

전날 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간의 비밀스런 회동에서 이 위원장이 현대건설을 지원해달라고 정 회장에게 요청한 사실이 보도된 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금감위는 회동사실을 감추고 싶어했다.

이날 오전까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버텼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월 취임직후 개별 기업주를 만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기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는 1주일도 안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MH)과 직접 만나 현대건설 문제를 담판지었다.

이달초엔 또다시 MH를 만났다.

이 위원장은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MH만으로 사태 해결이 안되자 이제는 MH의 형제까지 직접 만나 설득했다.

한 손으로 계열분리를 촉구하면서 또다른 손으론 계열사간 지원을 촉구하는 이중잣대를 쓰고 있다.

현대건설 처리같은 국가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사안을 놓고 정부 당국자와 해당 기업주가 만나는 것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재벌기업에 계열분리를 요구하면서 현대건설에 대해서는 형제들이 도와주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투자자들도 차가운 반응이다.

이 위원장은 "국민부담(공적자금)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빨리 없애야 하기 때문에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나 현대건설을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현대건설 직원은 물론 주식투자자 은행관계자 그 누구도 정부가 현대건설을 부도내고 법정관리에 넣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금감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일일이 독촉해야 할 정도로 현대문제가 커진 데는 왔다갔다 하는 정부의 처리방향도 한몫 한 것 같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