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16일 "부실은행끼리 합병하면 부실만 커질 뿐"이라며 "우량은행간 합병을 제외하고는 은행합병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호텔롯데에서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가 3년간 계속되는 기업은 마땅히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연 주요 내용.

◆ 금융구조조정 =기업의 부실로 은행까지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았다.

은행의 부실채권은 1백조원 가량 될 것이다.

은행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성장의 과실을 많이 딴 사람은 공적자금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대형 은행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퇴출시켜야 한다.

부작용을 줄이는데 공적자금을 써야 한다.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이 합치고 또 다른 우량은행과 합친다고 하는데 성공확률은 더 떨어진다.

◆ 기업구조조정 =기업의 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전체의 30%인 1천여개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가 3년간 계속되는 기업은 마땅히 퇴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대건설도 청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 저금리로 회사를 운영하고 덤핑으로 물건을 팔기 때문에 경쟁업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

재벌기업은 계열사 지원을 통해 기업퇴출을 막았으며 은행과 정부도 과감하게 부실기업을 처리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오히려 현대건설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다닌다.

최근 경제부처 책임자가 정책혼선을 보여 실망을 주고 있다.

재벌에 계열분리를 하라고 주문하면서 현대건설이 위기에 몰리니 형제들에게 도와주라고 한다.

◆ 노동문제 =노동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노동시장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노동자의 반발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기업을 퇴출시키면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실업수당을 제공하면서 재출발 기회를 줘야 한다.

대통령은 지금 잘못하면 다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