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현대건설의 자구책을 놓고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섰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을 비롯한 금감위 핵심수뇌부는 15일 밤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MK)을 만나 현대그룹 자구안 실천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사태해결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현대종합상사, 현대오토넷, 정주영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2.69% 등 현대자동차가 인수해 주길 바라는 부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위원장이 이날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MJ)과도 접촉,현대문제 해결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정씨 형제들의 지원이 현대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는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자구안은 MK와 MJ가 받아주지 않으면 실현가능성이 떨어져 두 사람의 협조여부가 열쇠"라고 밝혔다.

금감위는 실행이 확실치 않으면 아예 지구안 발표를 늦춰줄 것을 외환은행을 통해 현대측에 주문한 상태다.

그러나 MK와 MJ가 구체적으로 협조를 약속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MK와 MJ의 핵심 측근들은 현대건설의 지원요청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MJ측은 접촉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현대건설의 자구안이 진통을 겪는 것은 결국 정몽헌 회장(MH)과 형제들간의 "화해"가 쉽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주동안 현대건설의 처리방향을 놓고 "법정관리->출자전환->자력회생 지원"으로 급선회했다.

현대건설의 부도시 국내외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과 다른 계열사의 연쇄충격을 우려한 탓이다.

현대건설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김대중 대통령이 브루나이 국왕과 만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현대건설의 미수금을 갚아달라고 요청한 데서도 확인된다.

금감위의 형제간 중재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 MK와 MJ측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