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좋은 실적이 예상되지만 내년이 걱정입니다"

국내 기업중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삼성 계열사 기획담당 임원의 하소연이다.

최근 경기가 급락하고 대우차 부도 등으로 경제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내년엔 기업경영이 한계상황을 맞을 것이란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금융불안과 내수침체가 지속될 경우 무더기 도산 등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우려감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내년 기업 경영실적이 올해보다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현재 상황이 그런대로 이어지는 경우와 최악의 경제상황을 염두에 두고 2가지의 사업계획을 세워놓을 정도다.

한 대기업 기획담당 임원은 "경제가 연착륙할 경우 금리는 연 10%(3년만기 회사채기준)로, 상황이 악화되면 연 12% 이상에 맞춰 내년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견 대기업들은 금융경색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금수급계획을 세우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내달중 만기 도래하는 10조원의 회사채가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상반기 22조3천억원과 하반기 38조5천억원 등 60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내년 돈가뭄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한 우량 대기업들이 현금을 미리 확보해 두려는 ''가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중견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상당수 기업들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있는 돈을 움켜쥔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를 정점으로 하반기부터 기업 수익성은 하락세를 나타낼 전망"이라며 "정부는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한편 기업은 경기하강기와 고금리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