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기업경영 성적표가 공개됐다.

지표로만 보면 재무상태가 좋아진데다 이익도 늘어 기업들의 경쟁력이 향상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중 상당부분은 경기상승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영업 외적인 과실 덕택이다.

경기상승세가 둔화되고 금리가 오르면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체질개선 노력이 더욱 가속화돼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 기업 재무체질 개선 =올 상반기 국내 제조업의 부채비율이 금리안정과 유상증자 등에 힘입어 3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상반기중 낮아진 부채비율 21.6%포인트 가운데 16.5%포인트는 주식발행 및 출자전환과 저금리에 기인한 결과다.

절대적인 부채 감소분은 5.1%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내 제조업체 부채비율(1백93.1%)은 아직 미국(1백64.3%.99년기준)과 일본(1백73.6%.98년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는게 한은 설명이다.

제조업체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경상이익률이 2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견인차는 영업이익이 아니라 저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축소로 드러났다.

매출액대비 금융비용 부담률은 1년전보다 2.3%포인트(7.4%→5.1%)나 줄어든데 비해 영업이익률은 0.8%포인트(7.8%→8.6%) 높아지는 데 그쳤다.

또 제조업체의 이자보상비율은 지난 상반기중 1백69.5%로 1년전(1백5.3%)보다 개선됐지만 아직도 기준치인 1백%를 넘지 못한 기업이 4분의 1을 웃도는 실정이다.

◆ 업종별 빈부격차 심화 =기업 경영성적표는 업종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정보통신제조업 부채비율은 1백37.4%를 기록했다.

반면 자동차(3백73.0%), 조선 및 운송장비(2백99.9%), 의복모피(2백90.9%), 섬유제품(2백68.5%), 음식료품(2백59.6%) 등의 업종의 경우 부채비율이 여전히 2백%를 웃돌았다.

수익성이 좋은 업체는 더 좋아지고 나쁜 업체는 더 나빠지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됐다.

경상이익률이 20%를 넘은 우량업체 비중은 6.2%로 작년 동기보다 0.9%포인트 늘어난데 비해 적자업체 비중도 20.2%로 1.0%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제조업을 제외한 기타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3%로 지난해 상반기의 7.4%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 하반기 이후가 문제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 국장은 "상반기중 기업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상당부분 경기가 좋은 데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이후 경기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기업 경영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올 상반기중 10조4천억원을 유가증권에 투자했다가 5조8천억원의 평가손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들이 유가증권투자를 줄여 빚을 더 줄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아 경기둔화와 산업 외적인 충격에 따른 도산 가능성도 많은 실정"이라며 "기업들이 빚을 더 줄여 금융비용부담에서 벗어나야만 시장도 위기감에서 탈출할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