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기술 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체계의 중소기업형 산업으로 전자.전기 정밀가공 컴퓨터 관련 기술 등의 복합체다.

다른 산업의 자원을 절감시키고 효율을 높이는 측정기기 등을 생산해낸다.

한마디로 첨단 산업 육성의 기반을 구축해주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밑바탕이 되는 초정밀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잣대가 되고 있다.

21세기 유망 기술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생명공학 환경 원자력 정보통신 신소재 등의 첨단 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밀측정 기술 수준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통한다.

최근 요구되는 측정 정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같은 현실을 잘 나타낸다.

생산설비 가운데 정밀측정 기술 관련 투자비중이 그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을 정도다.

실례로 지난 8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일본이 내준 틈새시장을 차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에 필수적인 정밀기술과 생산설비를 해외기술에 의존,기술격차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

반도체 산업의 경우 계측장비가 포함된 생산시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생산 계측 검사 등 반도체 제조의 핵심을 이루는 초정밀 장비들을 속속 국산화시킨 덕분이다.

반도체와 관련된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지금 한국의 정밀기술 산업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밀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은 몇년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고 있다.

기술개발의 고삐를 조금만 늦추면 선진국과의 격차는 금방 벌어지게 된다.

실제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곤 품질을 결정짓는 정밀기술이 아직도 선진국에 뒤쳐져 있는 실정.

주요 생산설비와 설계기술은 여전히 많은 부분을 해외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 기술과 제품 가격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산업의 첨단화가 급속히 진전될수록 측정기술이 생산기술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암시하는 바가 크다.

정밀기술 분야에서도 혁신을 통한 기술집약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한 실정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