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자회사로 편입되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깨끗히 정리하는 것이 전제돼야 합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주최한 국제심포지엄(금융위기와 예금보험의 역할)에 참석차 방한한 윌리엄 헌터 미 시카고 연방은행(FRB) 수석 부총재는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의 이코노미스트이면서 금융지주회사제도의 전문가인 헌터 부총재를 양원근 예금보험공사 금융분석부장(경영학 박사)이 만났다.

-최근 한국에서는 은행간 합병이 화두다.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은행업은 이제 전통적 예대업무로는 흑자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수수료기반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

은행간 합병도 이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몸집을 불리기 위한 은행간 합병은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는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앞두고 그 효율성에 대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미국은 지난 4월 그동안 금융업종간 교차진출을 허용하는 ''그램.리치.빌리법''(GLB Act.금융산업현대화법)을 입법화했다.

금융겸영은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활성화되고 있다.

시티그룹은 은행(시티뱅크)과 보험사(트래블러스 프로퍼티 캐주얼티, 프라이메리카, 트래블러스 라이프 앤드 애뉴이티), 소매금융사(시티 파이낸셜), 자산관리그룹(SSB시티), 증권 및 투자은행(살로먼 스미스바니)을 거느리고 있다"

-금융지주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조건은.

"미국은 상당히 중앙에 집중된 관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지주회사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경영과 자본이 우수한 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경우다.

미국에서는 우선 감독기관으로부터 높은 신용평가등급을 받아야 금융지주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

시카고 FRB 관할구역 내에만도 1백여개 이상 은행이 금융지주회사를 신청하고 있지만 이같은 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금융지주회사 성공여부는 자회사 편입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이 경영권 문제라고 본다"

-부실은행간 합병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그런 경우가 일어날 수 없다.

감독 당국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합병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부실금융간 합병이 승인된 예가 없다.

합병 이후 생길 문제점들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만약 부실 은행간 합병 시도가 있다면 부실제거 문제를 먼저 확실히 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국내에서는 금융감독기관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위에 올라 있다.

"미국에서는 뇌물수수보다는 정보유출문제가 도덕적 해이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감독기관의 내부감시 및 금융감독관의 순회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관을 순회시키는 이유는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너무 친숙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