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출신들의 재취업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자·통신계열 기술인력의 경우 경쟁사들이 서로 채가려는 바람에 법정시비가 벌어지는데 반해 자동차출신은 고급기술인력조차 전직기회를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우조선은 밀려드는 일감을 감당하지 못해 연구개발인력을 중심으로 보강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모자라 아우성이다.

13일 대우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오리온전기는 현대전자 계열의 UPD사가 자사의 PDP(벽걸이형 TV패널)기술 인력을 최근 8명이나 부당하게 빼갔다며 UPD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에앞서 지난 10일 UPD로 옮겨간 8명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 및 전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오리온전기측은 "이들은 오리온에서 선임연구원과 주임연구원 등으로 4∼9년간 PDP 기술개발을 해온 핵심인력들"이라며 "PDP는 최근 부상하는 신규 사업분야로 국내 업계가 모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애써 키운 기술인력을 손쉽게 빼내가는 것은 기업 도의상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UPD측을 비난했다.

대우전자의 경우도 작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후해서 50여명의 연구 및 마케팅 인력이 LG전자쪽으로 유출,대우측에서 LG에 ''스카우트 자제''를 요청하는 소동을 빚은 바 있다.

대우전자는 그러나 채권단이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자금을 지원하는 등 회사 전반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더이상의 인력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자·통신분야 계열사들이 인재 유출에 비상을 건 반면 자동차의 경우는 현대·기아 등 경쟁사들의 외면으로 기술인력의 이탈 현상이 아직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경쟁을 해오면서 상대적으로 대우의 R&D(연구·개발)역량을 낮게 평가해왔다"며 "굳이 대우차 연구인력들을 수혈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자리에 위기를 느낀 대우자동차의 일부 인력들은 중소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전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워크아웃 중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호황 등에 힘입어 핵심 인력의 유출은커녕 오히려 R&D인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학영·조일훈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