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12월 외환위기 이후 3년만에 또 다시 실직의 공포가 직장인들을 엄습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IMF 관리체제에서 사실상 벗어났다고 선언한지 5개월여만에 대량실직사태와 맞닥뜨리게 돼 충격은 더욱 크다.

대우자동차 동아건설 등 대기업들의 부도로 수만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와 임직원들은 연쇄도산의 망령에 떨고 있다.

특히 무더기 퇴출사태를 빚은 건설업계는 수많은 일용직 노동자가 일거리를 잃을 판이어서 때이른 한파가 더욱 매섭게 느껴지고 있다.

◆ 제조업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우자동차는 1차부도 이후 하루 평균 10명 이상의 직원들이 사표를 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연말까지 1천명 정도의 인력이 자연 감소될 것"이라며 "남아 있는 직원들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직은 그나마 재취업 여건이 괜찮은 편이다.

기술연구소나 수출부서 근무자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벤처기업에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문제는 현장의 생산인력들이다.

채권단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상당기간 공장가동이 어려워 생산직 근로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대우차 부도 유탄을 맞은 협력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우차가 각종 거래선에 깔아 놓은 ''외상''이 무려 2조원을 넘어 1만개에 이르는 1,2,3차 협력업체중 상당수가 연쇄도산과 대량실업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대우차 협력업체 뿐만 아니다.

퇴출기업 협력업체의 대부분은 요즘 하루하루를 살얼음을 딛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

지난 3일 퇴출기업 명단에 포함된 미주실업의 경우 최근 한달새 5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건축 토목 전기 기계 분야의 기능인력들이다.

하지만 새로 직장을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 건설업 =건설회사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그 어떤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의 한 인사담당자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건설업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수는 연말까지 2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11개 퇴출기업에서 줄잡아 3천3백명, 협력업체에서 1만5천여명이 실직당할 것이란 계산이다.

퇴출대상에 포함된 동아건설 직원들은 의욕상실증에 빠져 있다.

K과장은 부도로 업무가 줄어들어 아들에게 "이제부터 저녁에 일찍 들어와 놀아주겠다고 말했더니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하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플랜트전문 건설업체로 입지를 굳혔지만 이번에 퇴출대상에 포함된 신화건설 P대리도 "주변에서 안쓰럽게 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요즘엔 친구들과 연락도 끊었다"며 담배를 피워물었다.

건설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퇴출대상이 아닌 업체들까지도 인력감축을 단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3천5백여명의 임직원중 4백88명이 희망퇴직했다.

단순 잡일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대량 실직도 불가피하게 됐다.

11개 퇴출건설업체의 각종 건설현장에 고용된 일용직 노동자수는 무려 16만4천여명.

이들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낙훈.조일훈.백광엽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