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10일 세계경제연구원과 무역협회가 주최한 "미 대선 이후 신 행정부의 경제 및 대외정책 방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부시가 당성되면 국가간 통상정책에 적극 참여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는 반면 노동조합의 이익을 상당 부분 대변하고 있는 고어 측은 무역자유화 정책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대선에서 국민들의 표가 팽팽하게 양분된 것은 두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미 국민이 변화가 없는 정부를 원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가안보 의료보험 교육 등 중요한 국내 현안들에 대한 의사결정이 힘들어 질 것이므로 새 정부가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양 당의 힘의 균형이 맞서 국내 현안이 교착상태에 빠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책의 기조가 변화하지는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 등 우방들은 앞으로 경제.외교정책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어서 안심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주요한 경제문제는 미국내 거시정책,국제금융 현안,통상정책 등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낙관적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생산성 증가가 그 증거다.

매년 노동생산성이 연간 3%이상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가능할 것이다.

아직 생산성 증가가 끝날 조짐이 없다.

미국 경제성장의 두가지 요인은 IT(정보기술)혁명과 세계화다.

미국 생산성 증가의 대부분이 세계화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가와 관련해서는 첨단 기술주들이 이미 최고점으로부터 약 70% 떨어져 있으므로 충분히 조정이 이뤄졌다고 판단된다.

정치적 불안만 없다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금융 측면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중요한 현안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4% 수준이다.

순대외부채도 2조달러로 GDP의 20%에 이른다.

이런 상태라면 2~3년은 버티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어진다.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GDP의 2%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이 경우 달러화 가치 조정이 불가피한데 달러가치는 현재 수준보다 20~25% 떨어져야 한다.

달러가치 변화는 미 경제의 연착륙 여부와 직결되며 나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부시 선거진영의 참모 가운데에는 정부의 환율개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 달러가치 하락이 더 큰 폭일 수도 있다.

최근 미국 통상정책은 사실상 교착상태였다.

1984년이후 미국은 세계 통상문제를 주도해 나갈 힘이 없었고 대통령들도 새로운 통상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앞으로 미국을 제외한 상태에서 타국들이 지역간 자유무역협정 등을 통해 교역 범위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

지역적인 무역관계 확대는 전세계 차원에서 무역차별을 없애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부시 정부는 국가간 통상정책에 적극 참여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동조합의 이익을 상당부분 대변하고 있는 고어 측은 무역자유화 정책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전망이다.

정리=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