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중소기업진흥공단이죠.대우자동차 협력업체인데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늘은 체육대회 행사로 휴무입니다.내일 연락주세요"

대우자동차 부도와 기업퇴출로 자금줄이 끊기면서 협력 중소기업들이 연쇄부도 공포에 떨고 있던 9일.

정부자금 지원업무 등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김유채)은 휴무였다.

중진공은 이날 본부는 물론 부산 인천 등 주요 지역본부 대부분이 가을 체육대회를 열었다.

자금지원 창구엔 전화받는 아르바이트생 등만 남겨 놓은 채….

때문에 긴급 자금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중진공을 찾았던 협력업체 사장들은 허탈하게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담당 직원이 없어 전화상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헛걸음을 한 대우차 협력사인 D사 사장은 "퇴출기업과 협력관계에 있었던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는데 이들을 앞장서 도와줘야 할 중진공 직원들은 한가하게 체육대회를 열다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지역본부에선 중소기업들에 눈치가 보였던지 전화로 직원을 찾으면 "현장에 출장을 나갔다"며 둘러대기까지 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매년 정기적으로 하는 체육대회라 취소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어쨌든 정부는 이날 오전 기업구조조정지원단 회의를 열고 퇴출기업 협력사에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그 일을 해야 할 중진공 직원들은 산과 들에 나가 있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