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만기연장을 결의했지만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만기연장을 결의한 채권금융기관에는 해외금융기관과 국내 개인투자자 등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연말까지 모두 1조2천억원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이중 만기연장될 부분은 은행권 5천4백억원,2금융권 1천5백억원 등 6천9백억원이다.

나머지 5천1백억원은 해외차입금 2천억원과 공모회사채 3천1백억원.

현대건설이 자체적으로 갚아야 할 부분이다.

이외에도 물품대금 등 진성어음 만기도래액이 연말까지 4천억원에 달한다.

강경문 외환은행 차장은 "현대건설은 영업이익으로 진성어음을 모두 막고 7백억원 가량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따라서 진성어음을 막고 남은 영업이익 7백억원을 현대가 자체적으로 갚아야 하는 차입금 5천1백억원(해외차입금과 공모회사채)을 상환하는데 쓰더라도 현대건설은 연말까지 4천4백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이 돈을 자구노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현대건설은 전체 차입금 이자를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빚을 줄여야 한다.

지난 10월말 현재 현대건설의 빚은 5조2천1백21억원.

채권단은 이 빚을 연말까지 4조3천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자구안을 내라고 요구했다.

진성어음을 결제하고도 남는 영업이익 7백억원(외환은행 추정)을 제외하더라도 8천3백억원 가량을 마련해서 빚을 갚아야만 한다.

이것이 채권단의 요구이고 현대가 해야 할 자구노력의 핵심이다.

현대건설은 서산농장 일반인 매각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차지분 매각,정몽헌 회장의 유상증자 등으로 8천억원 가량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채권단으로부터 아직 실현가능성에 대해 검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이와관련 "현대건설의 자구안이 시장에서 받아들일만한 수준이 아니면 만기연장 대상이 아닌 해외채권자 및 공모사채 보유자들의 상환요구에 몰려 결국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