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팔래스호텔.이종대 대우자동차 회장과 김일섭 노조위원장이 마주앉은 음식점앞에는 몰려든 직원들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협력업체 종사자 가족들을 포함해 50만명 이상이 촉각을 곤두세운 협상이 시작됐다.

"삼성상용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합니다. 근로자들이 트럭에 불을 지르고 공장 일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사태를 초래해서는 안됩니다"

4시간 가량 진행된 오전 협상을 초조하게 지켜본 임원 A씨는 이렇게 애를 태웠다.

그는 최근 삼성상용차의 퇴출과정을 지켜보며 모골이 송연해졌다고 털어놨다.

기업 퇴출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증오와 상처를 남기는지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사실 대우차가 직면한 현실은 삼성상용차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A씨의 걱정은 공연한 기우가 아니다.

대우차와 다른 점이라면 GM이 사갈지도 모른다는 실낫같은 희망뿐이다.

이마저 이번 노사갈등으로 물건너가는 느낌이다.

"지금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닙니다. 공장을 고철로 만드는 사태는 피해야합니다"

부평공장에서 속개된 오후 협상도 오전에 오간 말들을 되풀이하는 자리에 지나지않았다.

땅거미가 질 무렵,"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에 협상장 주변은 한숨소리로 가득했다.

부도처리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낭패감이 짙게 깔렸고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다행히 채권단은 부도처리 시한을 하루 연장,노사 양측은 밤샘 협상에 들어갔다.

대우차가 이 지경이 된데는 "여러탓"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물론 김우중 전 대우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방만한 경영이 위기를 초래한데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갈수록 상황이 꼬이는 것은 지금 남아있는 이들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대우차가 삼성상용차와 다른점이 있다면 GM으로 매각될 실낱같은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다.

"오늘 밤이 대우자동차,나아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명운을 좌우할지도 모릅니다"라며 자리를 뜬 A씨의 비장한 모습은 기로에 놓인 한국차산업의 현주소를 절감케했다.

8일 아침,협상이 끝나고 난 뒤의 부평공장은 어떤 모습일까.

두달 전부터 심야가동이 중단된채 늦가을 한기에 싸여있는 레간자 매그너스 생산라인이 대우 앞날에 대한 불길한 생각을 더해주었다.

조일훈 산업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