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첨단 기술벤처의 주가가 빠른 시일 내에 회복세로 돌아서긴 힘들다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반등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으로 나스닥 주가를 꺾기에 충분한 악재였다.

그러나 이 보도가 나온 날 기자가 찾은 실리콘밸리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

미국내 뮤추얼펀드들은 지난 2·4분기부터 기술주 편입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지만 실리콘밸리는 별반 동요되지 않고 있었다.

''벤처위기론''에 휩싸인 테헤란밸리처럼 일손을 놓고 있는 뒤숭숭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리콘밸리가 테헤란밸리와 다른 점은 이것 뿐이 아니다.

같은 벤처 단지지만 태평양을 사이에 둔 거리 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첫째는 주위의 입지 조건.실리콘밸리의 건조한 기후와 먼지없는 맑은 공기는 반도체 등 첨단 소재 연구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테헤란밸리는 자연 환경은 별로지만 식당 등 접대하기 좋은 곳이 밀집해있다.

둘째는 관심 분야.실리콘밸리에선 무슨 기술을 어떤 아이디어로 개발하고 있는 지가 주 관심사였다.

하지만 테헤란로에선 엔지니어들도 주식 얘기를 많이 한다.

"몇십배로 투자수익을 올렸다" "언제 코스닥에 등록할 수 있겠다"는 등.

셋째는 태생.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 등을 중심으로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젊은이들의 벤처정신이 기본에 깔려 있다.

올 초 코스닥 폭등과 함께 ''나도 벤처''라며 사채업자를 포함,너도나도 몰려든 테헤란밸리와는 확실히 다르다.

물론 비슷한 점도 있다.

실리콘밸리 근방의 집값은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높은 수준.그 까닭을 설명하는 현지인의 말이 인상적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벤처기업인들은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사무실 근처에 집을 얻으려 하죠"

무조건 실리콘밸리가 낫고 본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테헤란밸리가 실리콘밸리와 똑 같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과열''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달아올랐다가 ''정현준 게이트'' 등으로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리는 냄비 같은 곳이 테헤란밸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새너제이=서욱진 벤처중기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