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오너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6일 현대건설 이외의 보유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현대건설 경영권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감자 및 출자전환 동의 요구에 대한 거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출자전환이 전제로 하고 있는 경영권 박탈에 관한 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정 회장의 보유주식 처분결정을 전한 손광영 현대건설 이사는 "지금 출자전환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정부와 채권단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사재출자를 최대한 수용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현대건설 출자전환 내지 법정관리와 관련한 정부 및 채권단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현대상선의 현대중공업.현대전자 지분 매각 검토 =현대그룹은 정몽헌 회장의 사재출자에 이어 이날 늦게 현대상선의 지분매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대상선이 즉각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서 실현가능성을 의심받고 있지만 그룹 쪽에서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상당한 수준으로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현대상선 이사회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사재출자 계획에 대해 채권은행단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서둘러 낸 자구안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주식매각규모가 5천5백14억원이나 돼 일부만 지원돼도 현대건설 유동성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데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의 계열분리를 가속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정이 이날 정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과의 회동 이후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대상선이 매각할 현대중공업 지분은 중공업 또는 정 고문이 매입할 것으로 알려져 정 고문의 중공업 지배력이 확실히 굳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사실상 ''홀로서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전자도 현대상선의 지분매각을 계기로 독립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현대그룹측은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AIG에 경영권이 넘어간 현대증권 등 금융부문을 포함, 현대그룹의 핵분할 계획이 거의 대부분 완료되는 셈이 된다.

현대그룹은 계열기업군을 자동차 중공업 전자 건설 금융 및 서비스 등 5개부문으로 분할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었다.

◆ 또 다른 추가 자구안 있나 =현재 정몽헌 회장은 현대건설의 고강도 자구책 마련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현대건설 문제가 심각한 만큼 여느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높은 자구방안이 심각하게 모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이날 "우선 단기 유동성 확충에 초점을 맞춰 가능한 모든 방안을 담은 메가톤급 자구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3일 외환은행 실무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4일 오전중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자구책에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사재출연과 함께 계열사들이 ''십시일반''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아산 현대석유화학 등의 비상장사 주식을 매입해 주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정 전 명예회장 일가와 친족들이 자금을 분담해 서산간척지를 현대건설이 희망하는 가격인 3천억원 이상에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