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부실기업 정리 방침이 발표된 후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52개 기업 정리와 금융기관들의 2차 인력조정 등으로 연내 10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근로자들은 "왜 우리만 희생해야 하느냐"며 저항하고 있다.

거리로 내몰릴 근로자들의 아픔에 공감이 가지만 자칫하면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높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기업퇴출을 미루면 산업전체가 멍들게 된다"며 "대혼란을 막기 위해선 지금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경제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철저한 구조조정뿐이라는데 동의한다면 각 경제주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나눠 가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도한 사회보장과 임금인상으로 실업과 나라빚이 늘던 네덜란드는 82년 ''임금인상 억제를 통해 고용을 유지한다''는 노사간 ''왓세나 합의''가 회생의 계기가 됐다.

미국에선 지난 79년부터 95년 사이 무려 4천3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이 실업과 임금삭감의 고통을 감내하고 스스로를 재훈련시킨 덕분에 미국은 요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기업주는 근로자 이상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시장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강화하고 기업 부실에 대해선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제 ''기업이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현대건설이 위태로워진 것도 기업주의 확고한 자구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공기업들의 철저한 자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한국통신이 외환위기 이후 1만2천명(20%)의 인력을 감축했으나 인건비는 오히려 4천7백억원(22%)이 늘어났다며 공기업의 도덕적해이를 질타했다.

정부도 조직을 더 줄이고 예산을 아껴야 한다.

금융감독원 국장이 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자 검찰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 등도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식의 밥그릇 논리를 들고 나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계는 가계대로 절약해 저축하려는 "헝그리 정신"이 요구된다.

지금처럼 에너지를 펑펑 써대고 과소비로 흥청망청하다간 또다시 위기를 맞을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광식 박사는 "지금은 경제를 선순환으로 돌릴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고통분담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