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는 31일 서울 본사 대회의실에서 일본 태평양시멘트와 지분납입 및 공동경영 조인식을 가졌다.

태평양시멘트는 유상증자 대금 3천6백49억원을 납입하고 29.4%의 쌍용양회 지분을 확보,최대 주주가 됐다.

쌍용측은 태평양시멘트와 지분 비율에 관계없이 각각 동수의 이사진을 선임해 공동경영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사간 공동 경영 체제는 연내 임시 주주 총회를 열어 이사 선임 및 정관 개정을 의결하는 절차를 거친뒤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김석원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 겸 공동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에 계속 참여한다.

이로써 쌍용양회는 이번 부실판정에서 일단 퇴출은 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단도 "일본 자금 유치 등 지난 2년동안의 꾸준한 자구노력 덕분에 내년부터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위성복 행장도 최근 쌍용양회 정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경영진에 대한 부실 책임도 묻지 않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쌍용양회가 일단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그러나 채권단의 이런 확신이 섣부른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않다.

지금까지의 자구노력만으로 요즘같은 건설불황기를 버텨낼 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우려다.

쌍용양회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일단 모면한다고 하더라도 완전정상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추가자구 및 시멘트 경기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채 얼마나 줄일 수 있나=쌍용양회의 9월말 현재 부채는 3조2천억원.

연간 1조2천억원 정도의 매출로 감당하기 힘든 규모다.

때문에 자구계획도 부채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금담당 홍사승 부사장은 "연말까지 부채를 1조4천억원으로 줄이기 위해 부동산 및 쌍용정보통신의 매각협상을 동시에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날 유상증자대금 납입으로 구조조정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외자가 들어온 만큼 채권단은 약속대로 채무조정을 통해 3천억원 가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쌍용양회는 이달중 서울 삼각지 부지 등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해 4천억원을 추가로 조달키로 했다.

쌍용중공업과 쌍용정공 지분매각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여기에 쌍용정보통신 보유지분(3백64만주)을 경영권과 함께 매각키로 하고 2∼3개 외국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쌍용정보통신 매각대금은 적어도 7천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자구계획이 완료되면 지난해말 3백20.6% 수준이던 부채비율을 연말 1백23%로 낮출 수 있다.

◆회생 전략=쌍용은 그룹을 해체하고 1962년 창업 상태로 되돌아가 쌍용양회의 시멘트 사업을 중심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은지 오래다.

지난 97년말부터 제지 증권 정유 등 수익을 내는 주요 계열사를 잇따라 처분했다.

98년 쌍용자동차 매각때 떠안은 1조7천억원의 빚 때문에 휘청거리는 그룹 모체(쌍용양회)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쌍용은 태평양시멘트와의 공동 경영에 희망을 걸고 있다.

쌍용양회는 계열의 종합상사인 (주)쌍용과 합작파트너인 태평양시멘트의 중국 다롄 칭다오 등지의 생산시설을 연계해 한·중·일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운송비를 대폭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북한에 대한 사회간접투자가 본격화되면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당면과제=생존전략은 설득력을 갖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연말까지 채권은행과 시장을 안심시킬 정도로 자구를 해야 한다.

추가자구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를 넘기면 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 뻔하다.

쌍용양회는 정유매각과 시멘트 외자유치과정에서 자구계획 이행이 여러차례 늦어지는 바람에 시장에서 불신을 샀던 경험이 있다.

기관투자가들중 상당수가 경제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쌍용정보통신 지분 및 부동산 매각협상이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