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성장률 급락이 증시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착륙을 막기 위해 연준리(FRB)가 금리인하로 정책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3·4분기 경제성장률은 2·4분기(5.6%)의 절반도 안 되는 2.7%로 크게 떨어졌다.

또 이같은 부진한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작년 6월이래 6차례나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FRB가 이제는 자칫 고꾸라질지도 모르는 경제를 떠받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성장률이 3.5%에 머물렀다면 FRB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거론되지도 않았겠지만 경기급락이라는 악재가 증시에는 오히려 호재로 바뀐 것이다.

이를 반영,지난 27일 미국주가는 비교적 강한 상승세를 탔다.

금리에 민감한 금융주들이 일제히 급등한 데 힘입어 다우지수는 2백10.50포인트(2.03%) 오른 10,590.62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노텔네트웍스 등 일부 기술주들의 실적 악화라는 악재 속에서도 소폭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이날 성장률이 발표된 직후 월가의 상당수 전문가들은 연내 FRB의 금리인하를 점쳤다.

3·4분기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이 상반기(2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9%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성장엔진이 꺼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설비투자 둔화는 5%에 이르는 생산성 향상속도를 떨어뜨려 결국 기업의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미국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가능성이 높다.

반면 3·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4.5%로 전분기(3.1%)보다 더 높아져 FRB가 당장 금리인하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을 비롯한 세계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고 인플레의 주요 척도 중 하나인 GDP디플레이터가 3·4분기 2.0%로 전분기(2.4%)보다 크게 낮아져 FRB가 긴축정책을 포기하는 데 따른 부담감이 적다.

메릴린치의 수석경제분석가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성장률이 3%대에 안착할 수 있도록 FRB가 조만간 1~2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월가에서는 빠르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는 12월19일 금리인하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