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불안,개도국 통화가치 급락과 함께 국제금융시장의 3대 현안으로 꼽고 있는 중국 위안화의 환율변동폭 확대문제가 가시권에 들어 왔다.

지난주말 G20회담이 끝난 뒤 열렸던 미국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과 중국 샹화이청 재무부장 회담에서는 위안화 환율변동폭 확대가 전격 합의됐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문제도 지난해 11월 양국간 합의 이후 급진전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로 1994년부터 유지돼온 중국의 고정환율제는 포기된다고 봐야 한다.

관심이 되는 것은 중국의 고정환율제 포기 이후 위안화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재정경제부를 포함한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하면 위안화 가치가 절하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이런 예상대로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현재 국내 기업들이 위안화 절하에 거의 무방비 상태인 점과 우리 상품이 중국제품과의 수출경합관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에 커다란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기관들의 지배적인 시각대로 위안화 가치가 절하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 미국과 중국이 위안화 환율변동폭 확대에 비교적 쉽게 합의한 배경을 꼼꼼히 따져보면 알 수 있다.

우선 미국의 입장을 보자.올해에만 4천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여야 한다.

만약 고정환율제 포기 이후 대중국 무역적자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는 위안화가 절하될 것으로 예상됐다면 이번 합의에 미국이 쉽게 응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진하고 있는 경제대국형 성장전략을 계획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외자를 유치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성장수정 전략 뿐만 아니라 홍콩을 대신해 상하이시를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하려는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홍콩과의 경제통합을 위해서도 위안화가 절하되면 곤란하다.

현재 홍콩은 ''1달러=7.8홍콩달러''를 중심으로 한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위안화가 절하되면 경제통합의 관건인 위안화·홍콩달러화간의 중심환율(pivot rate)을 맞추는 문제인 화폐통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 정부가 고정환율제 포기 이후 금융권 부실채권과 같은 대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인위적으로 유도할 경우 환투기의 직접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1천5백8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와 매년 2백억달러 이상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누구나 쉽게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11월 WTO 가입문제 합의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양국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위안화 환율변동폭 확대에 의견이 쉽게 접근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 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나 우리로서는 매년 12억달러 정도의 대중국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시에 국내기업들의 대중 진출을 가로막았던 ''제3국으로의 수출의무 조항''과 ''현지부품조달 의무조항''도 폐지된다.

여기에 위안화까지 절상될 경우 환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우리 나라 기업들의 ''제2 중국진출 붐''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1992년 수교 당시에 막연한 기대감에 의해 중국에 진출했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실질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