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개혁을 막후에서 주도해온 금융감독원이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및 로비의혹"사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정부 구조조정의 방향타가 휘청거리고 있다.

얼마전까진 현대건설이나 대우사태를 "강건너 불"보듯하던 우량기업들도 지금은 짙은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이들은 "싫든 좋든 금감원이 이끄는 은행권이 부실기업정리를 빨리 마무리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재도약을 뒷받침해야한다"면서 "미적거릴 경우 한국경제가 또다시 낭패를 당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대우그룹정리 현대건설 동아건설 쌍용양회 부실처리와 지배구조개편을 비롯한 시스템개혁등 산업현안을 시리즈로 긴급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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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계열정리는 개별회사들의 기업가치나 해당업종의 시장상황,채권단의 시각등에 따라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덩치가 크고 사업분야도 다양한 대우중공업과 (주)대우는 분할을 통한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우자동차 계열 4개사는 일괄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또 나머지 회사들은 매각을 원칙으로 하되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말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중 9개 계열사(쌍용자동차 대우캐피탈 다이너스클럽 제외)의 올 상반기 실적은 예상대로 저조했다.

총 16조4천9백81억원의 매출에 5조1천9백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주)대우에 대한 채권단의 채무면제이익(8조7천9백12억원)을 제외하면 3조5천9백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워크아웃 돌입으로 신인도가 급격히 저하되면서 매출구조와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년동안의 워크아웃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우 계열사중 확실하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곳은 대우중공업과 대우전자부품이다.

대우중공업은 올들어 매출호조와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대우조선공업과 대우종합기계로 성공적으로 분할됐다.

대우중공업은 올 상반기중 3천3백7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분할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잔존부문의 부실 3천3백99억원이 포함됐기 때문에 사실상 흑자경영을 이뤘다.

또 대우전자부품은 알루코 필코전자 한국기술투자등 3개사로 구성된 알루코 컨소시엄에 매각이 확정되면서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대우통신의 정보통신사업 부문도 최근 미국계 CVC컨소시엄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빠르면 이달중 매각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나머지 계열사들의 처리는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대우자동차다.

채권단은 현재 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판매 대우통신(보령공장) 대우캐피탈 등을 ''패키지 딜''형태로 GM과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대우자동차는 상반기중 무려 9천2백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밑빠진 독''이 돼가고 있다.

채권단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국내외에서 생산중단 위기를 맞은 대우차측은 긴급 자금을 요청하고 있지만 채권은행들은 냉담할 뿐이다.

그나마 대우캐피탈은 GM측이 중복투자를 이유로 인수를 꺼리고 있다.

대우차는 포드로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강력한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지만 노동조합과 해외 공장들의 반발이 거세 앞날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대우는 11월말로 기업분할 일정이 확정되면서 그나마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채권단은 (주)대우에서 떨어져 나올 예정인 대우인터내셔널(무역부문)과 대우건설(건설부문)에 각각 3천6백32억원 및 6천9백80억원의 출자전환을 통해 ''클린 컴퍼니''로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일부 해외채권자들과 협상이 종결되지 않은데다 분할회사의 전망도 불투명해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점치기에는 이르다.

대우전자는 최근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사업 분할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사업구조 자체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외형감소로 사업부문별 시너지 창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리온전기는 채권단이 제3자 매각을 추진중이지만 여의치 않다.

라인 구조조정에 따른 가동률 저하와 원가율 상승으로 원매자들이 계속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기업은 특별한 원매자가 나서지 않는 가운데 2002년말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따른 자구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자구계획의 대부분을 부동산 매각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에 성과를 얻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구조조정 와중에 계열사간 마찰도 있다.

대우중공업의 경우 최근 대우통신이 진성어음 결제를 거부하자 대우통신 자산을 가압류해 버렸다.

이는 최근 현대중공업-현대전자간 소송사태처럼 기업 이익을 위해서는 과거 계열사라는 인연이 하등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