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내놓은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은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과 재계의 반발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선택한 절충안이다.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의 경우 도입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동시에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의무화하지 않는 대신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를 위한 다양한 보완책들을 제시했다.

◆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언제 도입되나 =경제장관들이 구체적인 도입방안 마련을 법무부에 위임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반대입장을 밝혀온게 바로 법무부였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제가 몇년 후에나 도입될 수 있을 것이고 요건도 매우 까다롭게 정해질 것이라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2∼3년간 유예기간을 둔 뒤 30∼60대 그룹 상장.등록계열사 또는 자산규모가 일정액(예 2조원) 이상인 상장.등록회사부터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 집단소송제도는 한 명의 피해주주가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 모두 동시에 보상받는 제도.

소송이 남발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일반 소송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피해주주가 소송을 낼 수 있는 경우를 엄격히 제한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15대 국회 때 제출했던 집단소송제 도입법안에서 △분식회계 △허위공시 △유가증권 신고서 조작 등 세가지 경우에만 소송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었다며 그런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지 않은 이유 =사실 집중투표제는 이미 도입돼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정관에다 ''집중투표제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조항만 만들어 두면 얼마든지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것.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표를 몰아줘 자신들을 대변할 이사를 뽑을수 있게 하는 제도로 이번에 이 제도를 의무화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결론은 현행 유지.

우리나라 기업경영 풍토상 장점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이사회가 대주주와 소액주주계 이사들간의 싸움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신 소액주주들이 지금보다는 쉽게 집중투표제를 채택토록 할 방침이다.

먼저 집중투표제 배제조항을 폐지하자는 안건을 주총에서 의결할 때 지분율 3% 이상 주주는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지분율이 51%인 주주도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조항 폐지여부를 놓고 표결할 때는 3%만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소액주주가 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반드시 주주총회에 추천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사외이사가 기업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해당기업의 계열사 주식을 1%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또 금전거래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 제한을 두기로 했다.

사외이사의 보수와 활동내역도 주주들에게 통지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총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상장.코스닥기업의 경우 중요의사결정 사항을 반드시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명시하기로 했다.

중요의사결정 사항의 예로는 ''단일거래 규모가 자산 또는 매출액의 1% 이상인 거래의 경우''를 들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