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내년 경제상황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내부유보(세후이익과 감가상각비 및 각종 충당금을 더한 것으로 당해년도 창출한 현금을 의미)의 80% 범위안에서 계열사별 투자를 하기로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 경우 삼성의 내년투자는 올해 투자규모에도 못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삼성의 보수적인 경영전략은 다른 대기업들이 내년 경영전략을 짜는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내부유보 대비 투자비율을 낮추는 대신 현금확보와 빚을 갚는데 주력키로 했다.

지난 98년말 36조원 규모이던 삼성그룹의 총 부채는 연말까지 21조원 수준으로 감소하고 내년에도 3조∼4조원 가량의 부채를 추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삼성측은 전망했다.

삼성전자 정현호 자금팀 부장은 "삼성전자는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의 비율을 현재의 34% 수준에서 15%까지 낮추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차입금 상환에 주력키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의 경우 적극투자 방침에 따라 투자규모를 사내유보의 1백%선으로 높게 잡았었다.

그러나 연말까지의 실제투자는 기대되는 세후이익 8조원과 감가상각비 5조원 등 총 13조원의 사내유보(추정치)중 69.2%(9조원)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비춰 내년 삼성그룹의 실제투자는 올해의 9조원선을 훨씬 밑돌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그러나 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및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및 일류화 품목사업에 대한 투자는 당초 계획대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은 지난해말 12개인 일류화 품목을 2005년까지 30개로 늘리겠다는 일류화 전략을 제시했다.

이처럼 삼성이 계열사들로 하여금 보수적으로 투자계획을 마련토록 한 것은 내년에도 금융불안이 계속될 경우 경제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유가상승 금융불안 등으로 경제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인데다 현금흐름과 순익 위주의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투자비율을 다소 낮췄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을 마련,각 계열사에 전달했으며 11월말까지 그룹 경영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외 시장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가를 절감해 경쟁력을 높여가기로 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