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는 버티지만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면 끝장이다"

기업경영 한계상황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기업들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연말까지 빠듯하게 자금수급을 맞췄으나 지금과 같은 금융불안 내수침체 고유가 등이 겹친 상황이 내년에도 해소되지 않을 경우 무더기 도산 등 최악의 상황 전개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총 8조원 이상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그룹조차 최악의 경제상황을 염두에 두고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삼성측은 정상과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 두개의 지표를 따로 제시해 계열사별로 별도의 사업계획을 마련토록 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다.

환율 유가 등 외생변수는 어쩔 수 없지만 신용마비 등 국내변수들이 더욱 불안한 상황이어서 예측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현대건설 동아건설 쌍용양회 같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은 물론이고 잘 나가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11월말까지 계열사별로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는 LG그룹도 불확실한 경제환경을 사업계획에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고민하고 있다.

효성 등 중견기업들도 각사 사업부별로 기초 자료를 취합중이지만 내년 전반의 투자 및 영업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들은 최근 발생한 제2금융권의 부실대출 파장이 금융불안을 더욱 증폭시켜 자금수급계획을 세우기가 가장 여렵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선 자금확보가 급선무라고 보고 해외로 뛰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과 은행권에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신용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자산 및 지분매각을 통해 외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금호는 사옥까지 해외에 팔기로 했고 LG전자 등 상황이 좋은 기업들도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나서 사업부문별로 해외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