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언덕에 오르면 더 높은 산이 나타나 이를 다시 뛰어넘어야 한다는 각오로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이윤우 사장이 최근 한 사석에서 한 말이다.

D램 반도체 사업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설명이다.

앞선 설계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생산 수율을 높여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장비 및 재료산업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D램 반도체업계에서 선두는 1위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미국의 마이크론 독일의 인피니온 등 4개사가 형성하고 있다.

현대전자 박상호 사장은 "96년까지만 해도 전세계 D램 수요의 70%를 8개사가 공급했지만 올들어 4개사가 75%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며 선두권이 압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전자의 경우 LG반도체 합병으로 12개의 팹라인을 보유,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는 메모리사업 외에 시스템LSI(비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가공)사업을 강화,2003년까지 메모리 사업비중을 6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전자의 메모리 사업비중은 93%에 달했다.

미국 TI의 D램 사업부문을 인수한 마이크론은 미세회로(쉬링크)기술 적용으로 1백28메가 D램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은 대만의 하청기지를 적절히 활용하고 미세기술을 조기 안정시켜 삼성의 원가를 위협할 정도로까지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은 현재 0.15미크론(1백만분의1m)기술을 적용,한달에 2천만개 이상의 1백28메가 D램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관련업계는 최근 D램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중 하나도 마이크론의 이같은 마케팅전략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와 마이크론의 추격에 대해 삼성은 외견상 여유를 갖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2년 세계 처음으로 64메가 D램을 개발한 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지금은 2위권과 6개월∼1년 가량의 기술 격차를 벌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시장이 급변할 가능성에 대비,생산 품종 다변화로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다.

2백56메가 D램을 비롯 차세대 고속 D램인 램버스 D램,통신용 플래시램,S램 등을 주력 제품으로 키우고 있다.

현재 64메가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반도체 매출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9월 D램 가격이 내리막을 탈 때 삼성이 3년동안 5조원 가량을 투자해 3개 라인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도 품종 다변화 전략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황창규 대표는 "반도체 사업에서 원가를 더 낮추기 위해선 기술개발과 설비투자가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아직 기술이 정립되지 않은 12인치(3백㎜) 웨이퍼라인을 건설키로 했다.

12인치 라인은 8인치 라인에 비해 생산성이 2배 이상 높다.

경쟁업체보다 앞서 12인치 라인을 안정화시키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현대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 등은 내년말 이후에나 12인치 라인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D램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시스템 LSI사업에 집중 투자,2002년까지 MCU(마이크로 컨트롤 유닛) 등 4개 제품군을 세계 일류 제품으로 육성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D램 시장이 앞으로 2∼3년내 3강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