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업의 꽃은 반도체다.

디지털 시대가 열린 것도 따지고 보면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서 비롯된 것이다.

각종 전자제품을 디지털로 구성하면 아날로그를 만들때보다 복잡하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 정밀한 부품이 많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라디오 1대를 조립하는데 7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했다.

이를 디지털로 바꾸기 위해선 훨씬 많은 트랜지스터가 들어가야 한다.

그만큼 라디오크기가 커져야 한다.

그런데 반도체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게 됐다.

반도체 집적기술이 발달하면서 복잡한 기능을 칩하나로 통합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칩을 반도체 업체가 공급하게 된 것이다.

또 각종 디지털 제품의 가격이 낮아져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도 반도체기술 발달로 싼 값으로 칩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총아인 디지털 TV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디지털 TV생산원가에서 반도체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5%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메이커들은 1,2년내 이런 비중이 10%이내로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한개의 칩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세회로 기술의 발달로 반도체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송동일 전무는 "반도체 기술 발달이 디지털 가전산업을 꽃피우고 수요업체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반도체 산업이 더욱 발전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컴퓨터나 게임기 등의 입체영상 및 동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선 DDR(Double Data Rate)방식의 D램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0.17미크론(1백만분의 1m)의 초미세 공정기술을 적용해 1초당 8기가 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1백28메가 그래픽 메모리를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그래픽 칩셋업체에 공급하면 칩셋업체들은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플레이)플레이어 및 고성능 PC업체에 납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CD(컴팩트 디스크) 및 MP3 음악파일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복합칩을 출시한 것도 관련 디지털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예전에 8개의 칩을 4개로 줄여 세트 제품의 원가를 15%가량 줄였고 부품에 필요한 면적도 30% 축소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시스템 언 칩(SOC)형태의 반도체가 적용되는 제품은 광범위하다.

프린터 스토리지 셋탑박스 디지털TV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셀루러폰 모뎀 등 모든 전자제품이 해당된다.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시스템온칩 시장규모가 1백42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퀘스트는 오는 2003년까지 관련 시장이 연평균 36%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메이커들이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것으로 보는 이유도 디지털 관련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가 활짝 열릴수록 반도체의 수요는 늘어난다는 논리다.

특히 반도체 대형업체들은 칩셋 사업을 크게 강화하는 추세다.

디지털 시대의 싸움은 누구 경쟁력있는 칩셋을 만드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