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프장업계의 화제는 단연 박순석(59)신안종합건설 회장이다.

일부에선 ''경악''의 눈초리로 그를 보고 있다.

IMF한파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이 고전하던 시기에 무서운 기세로 골프장사업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웬만해선 외부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박 회장을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안빌딩 20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와 악수할때 놀랄만큼 거칠고 마디가 뚜렷한 손이 어지간한 시련이나 비판에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뚝심을 느끼게 했다.

10평 남짓한 크기에 고급 가죽소파와 원탁이 있는 그의 집무실에는 경기도 안성 신안CC,제주 신안CC 등의 설계도면이 놓여있었다.

그는 현재 안성 신안CC(기존 18홀,9홀 증설중)와 경기도 광주 그린힐CC(18홀)를 소유하고 있고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에 2003년초 개장 예정인 27홀규모의 제주신안CC를 공사중이다.

또 경기도 화성 관악CC와 경기도 광주 뉴서울CC 등 각각 36홀 규모의 대형 골프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박 회장은 "관악CC는 법정관리상태인 대농의 채권단과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계약금 70억원을 이미 지불한 상태며 두차례 유찰된 뉴서울CC 3차 입찰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악CC(52만평)의 인수대금은 9백50억원선,뉴서울CC(81만평)의 시가는 2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회장은 또 "경기도 가평에 스키장 콘도 골프장(27홀)을 갖춘 레저타운 사업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골프장을 인수하고 가평CC 건설이 마무리될 경우 그는 총 3백20여만평 1백71개 홀을 소유한 국내 최대의 ''골프재벌''로 자리잡게 된다.

골프장업계나 건설업계에선 도대체 그 많은 자금이 어디서 나오는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에대해 안옥수 신안종건 전무는 "주택경기가 한창 좋던 80년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적극적으로 주택사업을 해서 벌어들인 돈을 90년대 중반부터 골프장쪽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외부에서 돈을 빌리지 않는 ''무차입 경영''을 해온데다 주택사업을 축소해 골프장사업에 진출했기 때문에 자금상의 애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안CC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3개 골프장에 투입된 2천5백여억원과 관악CC 인수대금 9백50여억원은 신안의 자체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뉴서울CC 매입에 필요한 자금의 절반 정도는 은행에서 빌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건설 금융 레저부문에서 10여개 회사를 갖고 있다.

신안종건을 비롯 (주)신안 강남엔지니어링 신안개발 신안리조트 신안관광개발 신안스포츠클럽 신안캐피탈 그린C&F 신안신용금고 등이 그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그래서 그는 내부적으로 ''신안그룹 회장''으로 불린다.

박 회장은 "앞으로 건설업과 함께 레저 금융 등 ''3두 마차'' 체제로 신안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열린 주총에선 신안신용금고 신안캐피탈 그린C&F 등 금융계열사를 소그룹으로 출범시켜 금융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그는 핸디캡 싱글을 유지할 정도로 골프도 잘 친다.

한 중견건설업체 사장은 "박 회장은 남에게 지고는 못살 만큼 승부욕과 집념이 강해 80년대 한창 골프에 빠져있을 때는 새벽에 골프를 치고 회사로 출근했다"며 "휴일엔 하루 36~45홀을 돌곤 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틈날 때마다 집무실 책상 한켠에 있는 손때 묻은 지도를 펼쳐 보곤 한다.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공사중인 골프장,매입 및 건설을 추진중인 골프장 등이 표시된 이 지도를 보면서 ''골프왕국''의 꿈이 얼마나 실현돼가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