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으로 유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단일시장이 형성된 유럽은 아직까지도 한국기업들에겐 낯선 땅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진출해 있지만 미국에 비하면 미미하다.

하지만 미국의 벤처붐이후 유럽에서도 90년대 후반부터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을 중심으로 벤처가 미국 못지않게 활성화되고 있다.

유럽은 수출시장, 투자유치시장과 회수시장으로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기업중에도 유럽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시장을 장악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유럽증시에 상장된 곳도 있다.

유럽자본을 유치한 벤처기업들도 있어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몇몇 기업의 사례를 들어 벤처기업의 유럽진출가능성을 타진한다.

<> 한국에 진출한 유럽의 벤처자본 =유럽의 벤처자본들은 최근 급신장하고 있다.

유럽은 지금 연금 기금 보험 은행 창투사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벤처캐피털이 형성되고 있다.

98년말 현재 전년보다 1.7% 늘어난 2백3억 에쿠(ECU)의 새로운 벤처자금이 조달됐다.

이중 약 절반이상이 영국에서 조달됐고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등이 그뒤를 잇고 있다.

한국에 가장 활발히 투자하는 곳은 펀드관리회사 아틀란티스 투자신탁이다.

95년부터 한국에 진출해 약 3천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 유럽 진출에 성공한 벤처기업 =유럽에 자체브랜드로 진출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디지털 셋톱 박스를 만드는 휴맥스다.

휴맥스는 초기에는 삼성물산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하다가 97년부터는 자체브랜드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틈새시장인 일반유통시장에 진출해 교두보를 차지한 뒤 주된 시장인 폐쇄형시장(방송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사서 공급)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여기서 지방 케이블TV 등 중소형 방송사를 장악했고 현재 BBC 등 대형 방송사시장을 놓고 필립스 노키아 톰슨 등 세계적 회사들과 겨루고 있다.

<> 유럽진출을 노리는 기업 =유럽에 과감히 눈을 돌린 벤처기업으로 최근 코스닥에 상장된 한광이 꼽히고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강철 등을 절단하는 레이저 절단기시스템을 만드는 한광은 93년부터 유럽에 눈을 돌려 스위스의 바이스트로닉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을 배우고 국내시장에서 실력을 다졌다.

외환위기때는 아예 이 회사에 투자를 요청해 주주기업으로 끌어들였고 최근에는 두 회사의 이름 첫자를 딴 공동브랜드 "바이한"(BYHAN)이라는 제품을 공동제작해 오는 12월부터 유럽전역에 뿌릴 계획이다.

연간 4천5백만달러(약 5백억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대형프로젝트다.

한광의 계명제 사장은 "제휴나 합작을 통해 유럽기업과 손잡으면 많은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유럽에 상장된 한국기업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엔 한국기업이 소유한 기업이 상장돼 있다.

메디슨은 지난 96년 오스트리아에서 사들인 크레츠테크닉이란 자회사를 지난 3월 직상장시켰다.

현재 한국의 10개기업이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주식을 거래하고 있으나 실제로 거래하는 경우는 크레츠테크닉이 유일한 경우다.

당초에는 첨단기술 취득이 목적으로 부도 직전의 회사를 인수했으나 회사를 구조조정해 상장당시 1억7천만달러의 투자평가이익을 보기도 했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