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지각변동의 기운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정부가 2단계 금융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한 후 금융사들간 "합종연횡"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

1차 금융구조조정이 부실정리 차원에 집중돼 있었다면 2차 금융구조조정은 "대형화"를 키워드로 하고 있다.

우량은행중에서는 이미 하나와 한미은행의 짝짓기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연내에 구체적인 합병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두 은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직 짝은 못찾았지만 주택과 국민은행도 합병을 통한 대형화 방침을 공론화한 상태다.

이들 우량은행이 합병의 길을 택하는 것에 맞추어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지주회사의 우산 아래로 모이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같은 은행권 합종연횡을 통해 자산기준 세계 50위권 이내의 대형은행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정건용 금감위 부위원장은 "대세를 거스르고 홀로서기나 독자생존을 고집하는 은행은 "자멸(自滅)"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제2금융권의 변신 움직임도 숨가쁘다.

종금사들은 투자은행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투자은행법을 마련중이다.

종금사와 증권, 은행간의 결합을 유도해 단기 기업금융, 투자자문,인수합병(M&A) 중개 등을 하는 투자은행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상호신용금고업계는 저축은행으로 탈바꿈한다.

재정경제부는 금고의 대형화를 유도하고 공신력을 높여 부실해진 지방은행을 대체해 지역금융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 6월 부산 및 충북지역 9개 금고가 2개사로 통합한데 이어 대구와 강원지역 금고들도 합병을 추진중이다.

국내외 업체가 난립중인 보험업계도 업체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2차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다.

생보사 8개 손보사 2개 등 지급여력비율이 1백% 미만인 10개 보험사의 처리방향에 따라 보험업계의 재편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금융권의 이같은 구조조정 바람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김병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적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반드시 바람직한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금융시스템의 틀만 마련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생존방식을 찾아나가는 방향으로 금융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게 김 연구원의 지적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