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경제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가 세계경제의 주변이 아닌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동북아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대륙으로 뻗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 경제협력 체제구축은 한반도 경제시대의 필요조건인 셈이다.

하외이대학에 본부가 있는 동북아경제포럼(Northeast Asia Economic Forum)의 한.중.일.미 4개국 의장들과 한반도 경제시대의 초석이 될 동북아 경제협력에 대한 비전 및 각국의 입장에 대해 인터넷 대담을 가졌다.

[] 참석자 []

남덕우 < 한국의장 > - 前 국무총리.부총리
가나모리 < 일본의장 > - 일본경제연구센터 소장
마빈 < 중국의장 > - 중국사회경제제도연구소 소장
코퍼 < 미국의장 > - 前 알래스카 주지사
사회 최경환 < 본사 논설.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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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의 남북관계 진전이 동북아 경제협력과 한반도 경제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 가나모리 히사오 일본의장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는 북한 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 전체의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지정학적으로 중심부에 위치한 한반도의 경제적 중요성이 증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마빈 중국의장 =최근의 남북간 빈번한 접촉은 평화와 통일의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서도 이를 매우 환영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로 동북아지역 경제발전과 협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 스티브 코퍼 미국의장 =최근의 남북관계 발전은 동아시아 지역으로 자본이동을 가로막아 왔던 장애물 제거를 의미한다.

특히 북한을 통해 러시아 및 중국의 천연가스를 한반도와 일본으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은 대표적 사업이 될 것이다.

<> 남덕우 한국의장 =남북 경제적 통합은 동북아 지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역내 교역 투자 기술이전은 물론이고 한반도 일본 중국 러시아를 연결하는 동북아 경제권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반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 동북아 경협 촉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육상 해상 공로를 통한 수송망 연결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 가나모리 의장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수송망 연결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중에서도 남북한 철도연결, 북한의 나진 및 중국의 훈춘 지역 도로개선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수송체계 개선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여객 및 화물 수송량을 크게 증가시켜 경제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 코퍼 의장 =현재 추진중인 남북한의 경의선 연결사업은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통합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경의선이 중국(Trans-China) 및 러시아(Trans-Siberian) 철도와 연결될 경우 유럽지역으로의 수송이 보다 신속해지고 저렴해진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가 화물수송의 허브(Hub)로서 매우 중요해진다.

<> 남덕우 의장 =경의선을 전면 보수하고 운영체계를 현대화하면 부산에서 유럽까지의 철도 수송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를 연결하는 동북아 운송체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 수송 통신 등의 인프라 개발을 위해서는 역시 자본동원이 문제인데.

<> 남덕우 의장 =각국의 자체 재원, 국제금융 기관 자금, 북.일 수교에 따른 일본의 대북 경제원조, 민간투자 등이 주요 재원이 되겠는데 그것만으로는 동북아 개발을 위한 자금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제금융 시장의 자금흐름을 동북아로 이끌 수 있도록 동북아 개발은행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 마빈 의장 =동북아개발은행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민간투자가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수송 통신분야에서는 건설과 운영을 다국적 기업에 맡겨 적정 이윤을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코퍼 의장 =투자 리스크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북한내 투자의 경우 한국정부가 보증을 서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 후 국제투자가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되면 한국의 역할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가나모리 의장 =일본의 공적원조자금(ODA)과 아시아개발은행 자금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민간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BOT(건설-운영-이전) 방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에 대해서는 각국이 어떤 입장인가.

<> 가나모리 의장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는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의 정책입안자나 학자들은 기존의 아시아개발은행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 코퍼 의장 =미국의 경우 국내정치 상황상 동북아개발은행을 찬성하는 입장은 아닐 것이다.

미 의회는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위험이 높은 지역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심지어 세계은행(World Bank)에 세금을 투자하는 것도 위험한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

<> 마빈 의장 =중국은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에 찬성하고 있다.

다만 자본비율이나 운영체제 면에서는 추후 진지한 협의가 있어야할 것으로 본다.

<> 남덕우 의장 =한국은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북 경제원조를 위해 한국이 동 은행 설립을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동 은행 설립제안은 10년전에 나왔고 동북아 전체를 위한 것이었다.

- 동북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민간자본 유치 측면에서 어느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 마빈 의장 =동북아지역은 두가지 면에서 민간자본 투자유치에 유리하다.

투자환경이 유리하고 투자기회가 많다는 것이 그것이다.

투자환경 면에서 동북아지역은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이 크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이점이 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있어 투자기회가 많다.

<> 가나모리 의장 =동북아의 성장잠재력은 어느 지역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역내외로부터 민간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투자위험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실제 투자는 개별 프로젝트의 특징, 수익성, 위험도를 감안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남덕우 의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시장경제가 충분히 발달한 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국 민간자본 유치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지역에서 시장경제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이 필요하다.

<> 코퍼 의장 =동북아 지역이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다.

하지만 일본 한국을 제외하고는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위험 때문에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모호한 제도나 부패문제가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물이다.

- 일본 경제의 회복 여부가 동북아 경제발전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 가나모리 의장 =동북아 경제발전은 일본경제의 회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일 일본경제가 연 4%대로 성장한다면 동북아 국가들의 대일 수출이 크게 늘고, 일본으로부터 투자도 매우 활발해질 것이다.

<> 마빈 의장 =일본은 동북아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크다.

일본의 투자 및 기술협력이 지역의 경제발전에 핵심적인 요소다.

일본 경제가 아직도 조정과정에 있어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 남덕우 의장 =일본으로서도 동북아 지역의 경제발전 없이 일본 경제의 장기성장이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일본 경제는 동북아 지역 경제발전의 결과이자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역내 협력을 통해 경제의 상호 의존성을 높이는 것이 일본이 사는 길이기도 하다.

- 동북아 경제협력 촉진을 위한 역내 국가들의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 마빈 의장 =중국 정부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경제협력에 매우 적극적이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동북지역의 지방정부도 동북아지역의 다른 나라들과 경제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 가나모리 의장 =일본 정부는 동북아 지역개발을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

또 무역자유화와 투자보험 및 보증을 확대하고 학생을 포함한 기술자 교환사업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남덕우 의장 =APEC(아.태경제협력체) 지역내에는 NAFTA(북미자유협정), ANZCER(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ASEAN 등 다양한 지역협력체가 있으나 동북아에는 경제협력기구가 전무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협력을 위해 이니시어티브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한반도 경제시대를 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 코퍼 의장 =내가 보기에 미국 정부는 한국 일본 중국과의 쌍무적인 통상문제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체를 만드는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역내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경제협력체를 만들 경우 미국도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미국의 관심은 핵무기 등 다른데 있다.

- 마지막으로 가나모리 의장께서는 최근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동북아 경제협력에 대해 북한측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나.

<> 가나모리 의장 =북한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이제 시장경제는 경제특구에 한정되고 있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러시아 경제가 개혁을 통해 별로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실제로 많은 변화가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북한도 중국과 같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

물론 그들이 개혁 개방을 통해 동북아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동북아 주변 국가들이 적극 나설 경우 이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그들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 제안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북한 기업인들로 경제협력 위원회를 구성해 북한경제 회복을 위해 공동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