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계에 대형 인수·합병(M&A)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중소 규모의 지방은행들이 늘어나면서 ''의외''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은행들이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 고객들을 잽싸게 끌어들이는 미국 지방은행들의 틈새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보도했다.

고래싸움에 새우가 득을 본 격이다.

저널지는 이런 추세에 힘입어 지난 한햇동안 미국에서 2백개 이상의 지방은행들이 새로 생겨났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방은행들은 덩치가 큰 은행들 사이에 끼여 힘들게 경쟁해 왔다.하지만 M&A 바람이 불면서 일부 고객들은 좀 더 익숙하고 편한 지방은행으로 회귀하고 있다"

인터넷 뱅킹업체 뱅크레이트닷컴의 애널리스트 그레그 맥브라이드의 설명이다.

지방은행들은 무엇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최대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웬만한 큰 은행들은 고객이 다른 은행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때마다 수수료를 1.5∼2달러씩 받는다.

그러나 지방은행들은 수수료를 1.5달러 이상 받는 경우가 드물다.

또 잔액조회를 비롯 기타 서비스들을 공짜로 제공한다.

친근한 이미지도 지방은행들의 강점이다.

뉴베리포트에 있는 퍼스트&오션 내셔널 뱅크라는 지방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이 은행의 데이비드 아웃하우스 사장은 "전화벨이 울리면 직접 받아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거물급이든 서민층 고객이든 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것이 바로 "큰 은행들과 소규모 지방은행들의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이 은행은 실제로 이같은 고객친화적 서비스에 힘입어 M&A 물결이 유난히 거셌던 지난해에도 20% 이상 성장했다.

물론 대형은행들이 가진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점이나 현금자동지급기의 수가 많은 만큼 편리하고 신용도면에서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수록 아름답다''고 믿는 고객층도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저널지는 미국 고객들이 ''지방은행파''와 ''대형은행파''로 양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