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림방지제 개발(99년)-간경화 치료제 개발(2000년2월)-노화방지제 개발(3월)-치매치료제 개발(4월)-2차전지용 고기능성 신물질 개발(7월)-발모제 특허출원(9월)-피부주름제거제 개발(10월)"

코스닥 등록업체인 벤트리(대표 이행우).이 회사는 지난 1년간 "신물질 개발 성공"을 시리즈로 쏟아냈다.

보통 기업 같으면 몇년에 한번 할까 말까할 발표를 평균 2개월에 한번꼴로 낸 셈이다.

그래서 벤트리라는 회사 이름 앞엔 "신물질 개발 전문업체"란 이상한(?) 수식어가 따라 붙기도 한다.

고려대 연구교수 출신의 사장과 직원 42명이 일하고 있는 벤처기업인 벤트리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야기는 지난 80년대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아이오아 주립대 화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한국인 유학생 7명.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의 나이였던 이들은 선진국의 연구풍토를 눈으로 보고 배우며 한가지 목표에 의기투합했다.

"미국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갖고 한국에 돌아가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해보자" 91년 동시에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이들의 목표는 지난 97년 8월 벤트리란 회사가 생기면서 실행에 옮겨졌다.

한화종합연구소 연구원과 고려대 연구교수를 거친 이행우(43)사장이 김상근 박사,신현철 박사와 함께 벤처기업을 창업한 것.

"세계 최고의 신물질 개발 회사"란 비전을 갖고 세운 이 회사를 위해 나머지 4명의 유학생 동기인 박광용 중앙대 교수,이봉호 대전산업대 교수,이남호 제주대 교수,유병수 원광대 교수는 외부 연구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여기엔 최병욱 대전산업대 교수,유건식 제주대 교수,김정하 박사,오승훈 박사,김기영 원광대 교수,중국 중의연구원 출신의 배옥란 박사 등이 합류한다.

이렇게 모인 13명의 교수급 연구진들은 각자 전공별로 <>기능성 고분자.전자재료 <>천연물 화학 <>동서양 의학연구 분야로 나뉘어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구결과는 벤트리연구소로 모아져 테스트되고 최종 제품으로 완성된다.

외부 연구진들은 벤트리로부터 연구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물론 연구결과에 대한 권리는 벤트리가 갖는다.

이들은 대부분 올초 설립된 벤트리 미국법인의 지분 1%씩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벤트리가 개발한 신물질들은 바로 이같은 외부 연구네트워크의 합작품이다.

벤트리가 개발한 신물질들은 점차 제품화돼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김서림 방지제의 경우 지난해 수출을 포함해 41억원의 매출기록을 올렸다.

6가지 약초에서 뽑아 만든 간경화 치료제는 지난 7월 서울에 문을 연 간전문 클리닉에서 임상실험을 벌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피부주름 방지제는 클라젠(대표 김정하)이란 화장품 회사를 통해 제품으로 만들어 졌다.

발모효과가 탁월한 물질은 건강식품으로 만들어져 미국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벤트리는 이 제품의 마케팅에 약 1천5백만달러(1백65억원)를 쓸 계획이기도 하다.

"벤트리는 기술적 지주회사다. 외부의 연구네트워크를 활용해 신물질을 개발하고 미국 중국 홍콩 등의 현지법인을 통해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모델이다. 이제 체제가 어느정도 갖춰진 만큼 올핸 1백80억원,내년엔 7백50억원 정도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이행우 사장)

"유학 동기생중에서 기업근무 경력이 있고 체력이 뒷받침된다는 이유만으로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는 이 사장.

그는 자신이 현재는 벤트리의 대주주이지만 회사가 번 돈은 공익을 위해 써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6월 자신이 갖고 있던 벤트리 주식 21만주(지분율 19.3%)중 10만주를 고려대와 연세대에 각각 5만주씩 나란히 기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02)3453-7171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