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의 신권 발행으로 화제가 됐던 일본의 2천엔짜리 지폐가 예상과 달리 ''천덕꾸러기''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키나와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개막에 맞춰 지난 7월19일 첫선을 보인 2천엔권이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용도가 제한돼 있기 때문.

자동판매기 천국인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승차권 음료 담배 등의 소비재를 자판기에서 구입하고 있지만 2천엔권을 사용할 수 있는 자판기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기관의 현금자동지급기 역시 2천엔권을 취급하는 기종이 많지 않아 일반인들은 신권을 기피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2천엔권의 유통물량은 9월말 기준 1억2천만장으로 8월말과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처음 등장할 때 시중은행들로부터 주문이 몰려 한꺼번에 9천만장이 풀려 나간 것을 감안할 때 지난 2개월여간 3천만장 가량 더 풀렸을 뿐이다.

현재 일본은행 금고에는 약 2억장의 2천엔권이 낮잠을 자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모두 10억장을 발행하려던 일본은행은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원들의 월급 일부를 2천엔권으로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으나 대장성은 발행계획 자체를 재검토 중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